36.
두꺼운 이불을 봉지에 구겨넣고 코인세탁소에 간다.
이불이 돌아가는 동안 산책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뭘 돌리러 왔나 슬쩍 구경도 한다.
밝을 때 나왔는데 건조기까지 돌리고 나니 밤이 되어 있고,
무거운 이불을 세 장이나 들고 다니느라 추운데도 땀이 조금 난다.
이럴 필요 없이 언제고 햇빛 아래 이불을 널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잠시 꿈꿔 본다.
그래도 이불 빨래 핑계로 두어 시간 빈둥대는 것도 재밌고, 집에 가면 방금 빤 이불을 덮을 수 있다.
그래, 오늘도 아쉬울 것 없이 보송하고 개운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