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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 Nov 24. 2021

335년 전쟁

기원후 가장 긴 싸움박질

[335년 전쟁 : Three Hundred and Thirty Five Years' War]

기원후 가장 긴 싸움박질


말이 좋아 가장 긴~~~~ 싸움이지 실제로 벌어진 전투행위는 별로 없었다고 알려진다.

또는 싸움박질이 자랑이던 유럽 역사관에 있어서 가장 긴 싸움이라는 기록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론되는 이상한 기록전이라는 말도 있다.

네덜란드와 실리(Isles of Scilly)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이 충돌은 영국 남북 전쟁 다음인 1651년에 시작했다. 왕당파는 영국 의회에서 손실을 생각하고 실리 제도에서 물러났는데 그것을 보고 네덜란드 의회와 왕당파 세력을 공격하고자 네덜란드 해군을 보냈다.

1651년 3월 30일부터 1985년(!)까지 자존심 대결을 하고 있던 이들은 1986년 4월에 무혈 전쟁의 막을 내릴 때까지 서로를 견제하는 상황을 이어갔다.

한마디로 바보짓을 그렇게 오랜 시간 유지한 것은 그냥 자존심적인 문제와 깡이었다고 하겠다.

실질적인 전투는 거의 벌어지지 않아서 전쟁이라고 부르기에도 쑥스러운 모습이었다.


만보 주 ▶▷▶

전쟁이라는 행위가 역사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은 대부분 수많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냉전, 대립 상황이 꾸준히 유지되었다는 것외에 민간단위의 교류나 물물교환은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쟁의 의미는 다양하겠지만 실제 자존심 강한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전통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었습니다. 혈통 중심으로 만들어진 유럽 왕가는 상호 간 정권 유지와 이익관계를 염두에 두고 많은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서 엉망이 된 혈족 체계는 나름 형님 아우 판을 유지하면서도 유치한 싸움을 벌입니다. 이 런 싸움에서 확립된 가치관은 확실했습니다.

처음 벌인 싸움의 원인 따위도 별로 문제가 아니었다고 하지요.

그냥 수백 년간 국교를 험악하게 몰아갔기 때문에 335년 정도 끌고 나간 것이 길~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것이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앞서 말한 '아라우코 독립전 : Arauco War'쪽에 그 명칭을 주기 싫었다는 것도 작용합니다. 자존심으로 왕가의 전통을 지켜가려고 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깔보던 칠레 따위 애들에게 역습당해 독립을 허용하게 된 '진 싸움'에 타이틀을 주는 것보다 이쪽이 더 자신들의 명성, 분위기에 맞는 행복의 가치였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유럽 왕가의 전통성은 대부분 기원전부터 투쟁과 혈전을 하면서 지켜온 자기들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실상, 투쟁 자체는 유럽 대륙의 대부분이 불균형 생산성과 자치력에 의해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사회가 안정된 생산성을 갖추어 평화를 가지고 나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착취하는 단계에 속한 계급층이 너무 늘어나고, 종교라고 하는 민심 조종 세력에까지 부여해야 하는 무게 때문에 계속해서 불안한 전쟁의 가치를 내세워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수입 대비 지출이 적은 식민지 사업은 전통성을 유지하는 왕가의 간판이기도 했는데 그것을 유지하지 못하고 빼앗긴(?) 것에는 심히 괴로운 내외 사정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여전히 자존심과 수입을 바탕으로 한 경제가치의 기준에서 보면 식민지 사업은 놓칠 수 없는 국가권력 유지에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놓친 나라는 그만큼 체면이 깎이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긴긴 투쟁의 역사'라는 타이틀까지 놓치기는 싫었기에 이것 335년 싸움박질이 등장한 것입니다. 실제 베니스와 도이치 공화국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유럽 국가들이 냉전과 화평을 반복했고,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은 대표적인 싸움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면치례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만큼이나 체면을 구기는 일이라고 하면 역시 '미국 독립'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참고로 '종교전쟁'은 이런 타이틀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수많은 삽질을 했지만 그쪽은 전쟁으로 치지 않는 이들의 생각, 사고도 놀랍다고 하겠습니다. 명분이 다르다는 이유일 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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