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9시간 20분은 힘들어요.
그래 봤자 데굴데굴거리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보는 것뿐이지만,
여전히 기초체력과 급격한 운동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때도 써두었지만 자전거라는 것을 즐겁게 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필요에 의해서 엉덩이를 올리는 생활형이었으니까요.
주변 웬수들 덕분에 유럽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봤으니, 생활형 라이더 치고는 좀 파란만장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팔팔할 때는 그냥 넘어갔어요. 프랑스 남부에서 파리까지 비바람 맞아가면서 가다가 감기 몸살 걸려, 정작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비몽사몽으로 돌아다녔다는 아픈 기억도 있지만, 그 심한 상태에서도 스페인까지 돌아서 영국까지 들어가 귀국을 했으니까요.
2009년에 들어서 서울에서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된 것은 뭐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예, 자전거도로가 정비되면서 이래저래 타볼 여유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다만, 연간 단위로 조금씩 확장된 자전거도로보다 그것을 보충, 보수하는 과정이 굉장히 엉망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몇 년 전에 처음 도로가 생겼을 때 돌아다녀본 자전거도로를 오랜만에 다시 돌아보면, 상태가 아주 엉망입니다.
전에는 허벅지와 엉덩이가 아팠지만, 지금은 허리와 손목이 더 많이 아파옵니다.
예, 도로정비 상황이 워낙 엉망이어서 진동이 심해 마운틴 타입이 아닌 제 데굴데굴 2호기로는 무척 고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 만보 데굴데굴 2호기는 로드 사이클입니다.
도쿄에 머물 때는 약 4년여간 이런저런 동네를 돌아다녀봤지만, 사실 정비 자체가 잘 되어 있어서 그렇게 고생스러운 경험은 없었습니다. 서울보다 산간, 높낮이가 있는 지역이 드물어서 마마 챠리라고 하는 일상용 자전거로도 잘 돌아다녔거든요.
20여 년이 지나 한국 서울에서 자전거 도로가 생기고 정비되는 과정들을 돌아보면 참 많은 것이 보입니다.
네덜란드나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도로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비관리가 너무 소홀한 곳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아쉬움을 말하게 되지요.
어찌 되었든 짧다고 하면 짧은 5~6년간 서울과 그 주변에 있는 어지간한 자전거도로는 다 돌아봤습니다.
동쪽으로는 춘천과 용문, 서쪽으로는 인천과 파주, 남쪽으로는 수원과 화성, 북쪽으로는 소요산, 포천까지 갔다 왔으니 적당히 돌아볼 곳은 다 봤다고 하겠습니다.
올여름은 무척 더워서 약 한 달 반 정도 데굴 거리지 못하다가 날이 좀 폴리면서 다시 과거에 돌아본 곳들을 다녀보는 과정을 밟고 있는데 워낙 바뀐 곳들이 많아서 또 놀라게 됩니다.
특히 작년 봄 시즌에 다녀온 경춘선 자전거도로를 가을 시즌을 맞이하는 지금 시기에 달려보니 또 다른 경험을 맞이하게 해줍니다. 뭐같이 고생했습니다.
특히 도로 정비가 엉망인 곳이 많아서 손목과 허리가 진~하게 아파왔습니다.
사실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은 친구와 '동굴을 몇 개 통과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였습니다.
틀림없이 몇 개는 지나쳤는데 정확히 몇 개인지까지는 기억을 못 하겠더라고요.
5개였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고, 6개였다고 말하는 이도 있어서 이래저래 농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중 한 개 정도는 다른 세계와 연결된 귀신 터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떠들면서 말이지요.
대략 따지고 보면,
이렇게 북한강 자전거길과 경춘선 자전거길로 갈라지면서 이동하게 되면 지나는 터널수가 달라지지요.
은근히 시원한 감각을 만나볼 수 있어서 여름 때는 인기 코스이지만 올여름 더위는 무시무시해서 다들 그 시원함을 만나보지 못했지요.
체력이 좋을 때, 날씨가 좋을 때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것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달리니까 대략 7~8시간 정도 걸립니다.
식사까지 하게 되면 8~9시간은 그냥 지나가게 되는 왕복코스인데, 주말 라이더가 아닌 평일에는 아무래도 전철을 이용해서 한쪽 방향은 편하게 이동하는 방법이 선호된다고 하겠지요.
뭐 전에도 다녀봤으니까 편하게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데굴데굴을 했다가.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손목이 아파오고, 늦봄 때와 다르게 지금은 낮이 짧아지는 시간이니 당연히 일찍 해가 집니다.
순식간에 길 방향을 잘 못 잡겠더라고요. 훌쩍.
마석역 주변까지는 가는 길을 잘 찾아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예쁜 노을을 바라보겠다는 결심은 이미 포기를 했고, 잘 안 보이는 길, 가로등이 거의 없는 지역으로 들어서면 훌쩍이게 됩니다.
사실 제일 뭐한 것은, 저녁 때라고 상인이나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자전거 도로 위에 불법주차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길이 안보이거나, 막혀버리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특히 경춘선 도로는 북한강 도로와 달리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참 그렇지요.
환할 때는 잘 찾아갈 수 있는 길들이 저녁때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막혀있는 상황이 발생하니 훌쩍입니다.
결국 돌아올 때 길이 막혀서 평내호평역에서 열차를 타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9시간 20분간 달리는 것은 확실히 고생입니다.
이래저래 자전거 여행을 꿈꾸어 보지만 체력적인 부분을 생각해보면 조금 더 안정적인 밸런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