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잃기, 내 젊은 날의 일기 #005
1998.09.26
나는 시소 같다.
제 스스로는 한 번도 수평에의 꿈을 이루지 못한.
유독 피곤한 아침이 있다. 일어나기가 싫지만 더 싫은 것은 <깨어나는 것>이다. 영 깨지 않는 날들이 있다. 느릿느릿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다리를 내려놓는 순간 달리의 그림이 떠오른다. 땅으로 주르륵 녹아내리는 시계처럼 내 몸이 추욱 늘어져 도처히 현실을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날.
여전히 깨지 않은 채로 씻고, 먹고, 입고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선다. 문 밖은 오늘따라 더 낯설고, 내 걸음은 어설프기 그지없다. 나는 매우 부적응 그대로, 우스꽝스러운 모냥을 하고 무작정 습관을 따라가 본다. 그저 어제 살았던 대로 오늘을 살아보는 것이다. 조용히 느껴본다. 나의 바닥을, 녹진한 내 심사를, 기진한 내 영혼을.
어쩌면 이렇게 균형을 쉽게 잃는가. 아니 왜, 도무지 수평을 이루지 못하는가. 왜 치우치는가. 휘청이는 마음 그대로 오늘을,,, 감히 시작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