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화 Jan 01. 2024

좋아하는 마음은 명랑소녀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안녕하지 않아도 안녕하려고 노력하는 이 시대의 초긍정주의자 담화 인사드립니다.

네, 안녕해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럴 거예요. 오늘 쪼금 슬펐지만 ㅋㅋ 괜찮아질 겁니다. 오늘도 오늘의 태양이 떠올랐으니까요. 그런데 부슈 드 노엘은 못 먹었어요. 슈톨렌도 못 먹었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만들어 먹을래요.


인생이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 맞는 말씀이십니다. 저도 매일을 충실하게 잘 살아내는 것이 썩 괜찮은 인생을 사는 비법이라 믿지만, 그렇게 매일매일의 성실을 다한 일이어도 뜻한 바가 좌절되는 일은 심심찮게 일어나게 마련이고 그럴 때는 역시 위로가 고픈 법 아니겠어요. 위로의 수단 중에서도 최고봉은 역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한 그릇이겠지만… 여기선 무리겠군요.


소개해주신 책은 정말 흥미롭네요. 아시다시피, 제가 한 기록하지 않습니까. 우리 정말 나중에 꼭 같이 해봐요. 이렇게 기대할 것이 생기니 무척 즐겁습니다. 하나의 목표만 보고 성실하게 내달리는 삶도 멋지고 훌륭하지만 소소한 딴짓의 기쁨을 줍고 신나 하며 걷는 산책 같은 인생길도, 20대 때엔 상상도 못 해봤지만 역시 즐겁네요.






그럼 저는 오늘 무슨 책을 이야기할까요.


소설과, 논픽션과, 웹소설이 있었는데. 고민을 거두고 책을 내놓겠습니다. 짠, 이걸 소개하죠. 누적 뷰수 5.2억에 빛나는 현대판타지 작품,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입니다. 제가 이 작품 영업 꽤 많이 했습니다. ㅋ 현실 아이돌에는 관심이 1 나노그램도 없는 제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 활동하는 그룹 테스타에는 이성을 상실해서… 어… 네. 후략하겠습니다. 그래요 저 러뷰어입니다.


제게 이 작품을 소개했던 큰애는 웹툰으로도 나온 이 작품을 챙겨보는 절더러 오타쿠라고 비하합니다. 뭐 어쩌겠어요, 사실인걸. 2D여 영원하라. 아, 이게 아니고.



제가 이 작품을 보게 된 이유는 사실 너무 현실적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호소력이 있는가? 알고 싶었어요, 히트의 공식이란 게 있다면 그게 뭔지.

이 소설은 전형적인 클리셰와 작가의 개성을 버무려서 대히트를 친 작품인 만큼 그 질문에 대해 대단히 실속 있는 대답을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더 노골적으로 말할까요? 무엇이 대중에게 먹히느냐. 저는 그게 궁금해서 메가히트작인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원래의 질문은 완전히 까먹은 채 그냥 이야기 속에서 서식하는 한 마리 책벌레가 되었죠… (라기엔 카카오페이지 앱이지만 ㅎ)




놀랍게도 이 소설을 보고 나면 굉장히 진한 감동이 남는데요, 거기에 몇 가지 키워드가 소금 결정처럼 남아요. 제 경우엔 그중의 하나가 진정성이었어요. 하나 더, 이게 진짜 중요한 건데요. 이 소설을 통해 누군가를 정말 순수하게 좋아해서, 잘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이란 게 어떤 것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이건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걸 거예요. '뭔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 라는 건데, 이 작품이 완결되고 나서 독자들이 보여준 응원과 사랑의 흔적들은 뭉클하기까지 합니다. 그중 하나가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는, 팬들이 직접 만든 수많은 영상과 플레이리스트죠. 네, 실존하지 않지만 #테스타는_실존한다 라고 외치는 팬들이 만든 거요.


말이 너무 길어져서 자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 작품은 보셔야 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무협 좋아하시는 필화 님은 어쩐지  「화산귀환」을 좋아하실 것 같지만, 아니 어쨌든 찍먹은 해보시라고요. 등장인물이, 심지어 조연조차 캐릭터성이 이토록 확고한 작품이 흔치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룹 인터뷰 매거진에(네 전 심지어 이런 것도 챙겨봤습니다…) 실린 답변만 봐도 멤버 누구의 인터뷰라는 걸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캐릭터들의 입체성이 특출납니다. 이런 인물 조형, 결코 쉽지 않거든요. 캐디도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대단하죠. 네… 이쯤 해두겠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주접킹이 될 수도 있는데 연세를 -_- 생각해서 자중하겠습니다.



간단한 줄거리만 언급하고 끝낼게요!


자, 우리의 주인공 공시생 류건우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3대 웹소코드 중 회귀/빙의를 장착한 채 누군가의 몸에서 깨어납니다. 그것이 바로 박문대!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낯선 천장에 엉뚱한 사람 몸이면 이건 웹툰이나 웹소설 설정인데 생각한 류건우는, 아니 박문대는 아주 자연스럽게 상태창을 불러냅니다… 이 시원시원한 전개 무엇…


이렇게 우리의 주인공은 이게 다 뭔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돌발 팝업 하나가 삣! 뜨면서 선언합니다. “상태이상 :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정해진 기간 내로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할 시, 사망”

웹소설을 본 적 없는 분이시라면 이 무슨 황당무계하고 개연성 1도 없이 근본 없는, 하고 화를 내시겠지만요(제가 예전에 그랬습니다), 자자 진정하시고. 초기 설정만 흐린 눈 하고 지나가시면 그다음부터는 처절하기 짝이 없는 아이돌 지망생의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생존기 + 신인 아이돌 분투기 + 말하면 스포일러 되는 기타 등등의 스토리가 휘몰아칩니다. 진짜라니까요.


자 그럼 여기서 중요한 링크. ㅎㅎ


[카카오페이지 |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이렇게 약 파는 분위기로 써 본 건 참 오랜만인데 역시 이게 제 스타일인가 봐요. 속도가 막 나네요. 하핫. 쓰면서 새삼 생각한 건데 우리가 쓰는 건 역시 구어체 느낌의 글인 것 같습니다.  아무려면 어떻느냐는 기분이지만요. 아무튼,


이쯤에서 떠오르는 작품 하나를 이야기할까요.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 중에서 [Circles in a Circle]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이 그림을 꼭 한 번 봐주세요. K-아이돌스러운 칼군무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에 자유분방한 색채가 노닐고, 명랑하고 톡톡 튀어 오르는 분위기를 이토록 선명하게 구현한 작품도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적인 작품을 만든 예술가로 저는 칸딘스키와 클레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 소설의 분위기라면 역시 칸딘스키입니다. 게다가 X자로 선명하게 화면을 가로지르는 대범한 색채를 보고 제가 무엇을 떠올렸는지는 예상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건 정말로 온스테이지, 그 자체를 강렬하게 환기시킵니다. 진짜예요!



제가… 멤버들까지 말하고 싶었는데… 페이지의 압박이 느껴집니다. 눈물을 닦으며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지웁니다… ㅠㅠ 얘들아 미안해…



하얗게 불태운 기분이군요… 사실 저의 영업력이 이 정도에서 끝나는 건 절대 아닌데, 그냥… 지금껏 굉장히 뭔가 지성적이고 있어 보이게 연출해 온 이미지가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서 이쯤에서 줄여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망했겠죠. 괜찮아요. ‘테스타’가 중요하지 내가 중요한가. (중증이다)





눈이 많이 내린다면서요?

이곳은 밤새 내린 눈으로 도로가 꽁꽁 얼어붙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불명확하게 표현하는 이유는, 저는 툭하면 정형외과의 신세를 지는 1인으로서 낙상사고의 위험이 입을 떡 벌리고 있는 환경에 뛰어들 정도로 무모하진 않기 때문이에요! (으쓱) 아까 밖에 나간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나는데, 부디 무사히 조심조심 잘 다니셨으면 좋겠어요. 추운 겨울이지만, 봄을 기다리며 한 주 한 주 즐거운 이야기를 쌓아나가 봐요.



그래서 지난주엔 뭐 읽으셨어요?

이전 02화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의식할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