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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현 Oct 20. 2022

신혼여행에서 플로깅을 꿈꾸다

둘만의 사랑을 확장시킬 수 없을까?

인스타 피드에 신혼여행 간 지인들의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코로나로 인해 미뤘던 결혼을 하기 시작하면서 신혼여행 가는 지인도 부쩍 늘어난 것 같다. 그런데 어째 사진들이 다 비슷하다. 몰디브 어딘가에서 모히토가 있고 수영복을 입은 사진들....


사실 결혼식 사진도 다 비슷했던 것 같다. 공주 같은 흰 드레스와 온갖 꽃들로 장식된 버진 로드. 천편일률적인 콘셉트의 웨딩사진들. 가끔 못된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남들과 똑같아 지기 위해 뭐하러 그렇게 큰돈을 들일까?


친한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난 알래스카로 신혼여행 가야지. 또 억한 심정에 나온 반항심이겠지만 정말 몰디브에 가느니 알래스카로 가겠다. 흰 웨딩드레스를 입느니 파란색 웨딩드레스를 입겠다. 진짜 진심으로!


아니면 틸다 스윈튼처럼 숏컷에 멋진 슈트를 입고 결혼식을 하겠다!


천편일률적인 것 중에 충실한 일부가 되기 위하여 애쓰는 세태가 너무 싫다. 그동안 그 행렬에 일부가 되기 위해 충분히 애썼다. 사회의 관습에 충실히 기여하는 홍위병 짓은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그것보다 더 싫은 건 둘 만의 사랑에 집착하는 이기적인 사랑의 행태이다. 왜 결혼식은 오롯이 둘만의 사랑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가? 사랑에 있어서 오로지 둘만 집중하는 건 현대적이지 못하다. 우리 둘이 사랑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사회적 배경이 작용하였던가?


이건 마치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자기 자신이 이야기로 회귀하는 self-centered 된 멋없는 사람과 같다. 사랑이 이루어진 게 모두 우리의 잘남 탓인 양 당연히 축하받겠다는 이기적인 사랑의 형태. 그것의 집약체인 요즘의 결혼식. 미안한데 좀 재미없다.


조금 더 사랑을 확장할 순 없을까? 우리의 사랑이 나아가서 사회에 도움이 되면 더 의미 있지 않은가? 결혼식에서 누구 하나 소외받는 법이 없도록(벌새의 김보라 감독님은 인터뷰에서 누구 하나 소외받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떠오른다) 타인도 충분히 축하받는 자리가 되게 하면 어떨까?


결혼식 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소외된 이웃을 초대해서 밥 한끼라도 대접하거나 연애에 호기심 많은 어린이를 초대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물며 부모님의 젊은 시절 연애 이야기라도 함께 회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풍성하고 기억에 남을 이야기들이 쌓일  같은데... 하물며  지구에서 사라지고 있는 고래, 펭귄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해도 좋을 것이다. 신혼여행도 이왕이면 우리가 만날  있게 만든  지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골드코스트 해변을 걸으며 플로깅 해보는 상상도 한다.


둘 만의 사랑이 가족으로 타인으로 나아가 지구로 확장된다면 너무 뿌듯할 것 같다. 왜 우리들의 사랑은 도무지 확장되지 못하는가? 나만의 행복, 둘만의 행복에 집중하는 이기적인 사랑의 모습은 이제 좀 지겹다.  


21세기에 걸맞은 사고가 필요하다.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기존에 했던 관습과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사랑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랑을 개인적 차원에 머물게 하지 말고 보편적 차원으로 확대하라. 곧 인류의 제대로 된 모든  종교가 입이 닳도록 했던 말이 아닌가?


제발..

천편일률적으로 사랑하지 말아 주세요(기도하는 마음과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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