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매면서

by 이시현

왜 아프면 발이 닳도록 밤길을 헤매고 다닐까

운동을 마치고 하염없이 광화문을 돌아

잠시 우동을 먹고 또 맥주를 마시고

돌고돌아 하염없이 정동을 거쳐

꾸역꾸역 시청에 돌아와 버스를 탔다.


길을 걷다 어둠이 내려 앉은 부분만

일부러 또 그부분만 기어이 걸었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랑은 지나치게 넘치거나 과분하게 부족하다.

차라리 사랑이 없는 편이 낫다며

어둠의 편에 서서 죽을 상을 쓰고 거리를 헤매지만

결국 이 모자라고 넘치는 것 때문에

성긴 가슴을 안고 거리를 헤맨다.


헤맨다는 것은 곧 살아 있음이다.

삶은 어떤 부분에서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가

쌓여 있는 문자 메시지를 뒤로하고

기다리는 문자 메시지를 앞으로 두고

하릴 없이 정동을 걷는다.


고향을 떠난 지 20년이 되도록

고향을 찾지 못했다.

고향에서도 고향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사랑과 바람, 바라는 사랑도 좀처럼 가까운 법이 없다.


지독한 어둠이 날 집어삼키려 할 때마다

누군가 망치를 들고 머리를 내리쳐줄 순 없을까

오늘의 죄를 남의 손으로 달게 받고 싶다.


스스로 삶을 연결하고 싶지 않을 때

우연에 기댄 단절을 생각한다.


지독한 부끄러움

내가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처절한 현실

바람은 주로 이루어지지 않고

지나치게 포기할 때쯤 행운이 오지 않을까

그 막연한 기대조차 불식당할 때

또 행운이 오지 않을까 않을까.. 또 않을까..


사랑은 언제쯤 내게 자유를 줄 수 있을까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깊은 열정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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