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볍길 소망한다

by 이시현

기상은 악화되었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또 내일도 비가 옵니다.

추적 추적 봄비는 결국 이 짧은 봄도 몰아내겠죠?

당신이 키 큰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나는 키가 작고 당신보다 똑똑하지만

키 큰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직감으로 알았어요.

봄은 언제쯤 멈출까요

사실 영영 봄이 오지 않길 바랐어요.

벚꽃이 필 때마다 좋았던 적이 있었나요

봄은 늘 이별, 올해는 다르길 기대했을 뿐이에요.

왜 매번 무거울까요. 저는 왜 무거울까요

벚꽃잎은 가벼워서 바람에 나부끼고

당신은 스쳐가듯 사랑하고 있어요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 걷고 또 걸어요

세상 일이 어찌 다 이토록 아프기만 할까요

햇빛에 비춰진 삶이 더이상 아름답지 않아요

추접한 건물 사이에 꽃인 줄 몰랐던 나무도

벚꽃잎을 피워 저 구석에서도 분홍색 꽃잎이 나리는데

죽어라 살려낸 마음은 무너지고 말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줄곧 당신이 아프길 바랐어요

비는 계속 올거에요. 또 오고 또 오고

아스팔트에 나부낀 꽃잎도 곧 지듯 일어나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상기시켜주겠죠

꽃잎은 그저 시계의 초침과도 같은 거에요

나도 바라요, 나도 스치듯 사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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