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와 부캐가 내 안에서 혈투를 벌일 때, 옆나라 부동산 회사의 발칙한 생각! 수직과 수평의 양쪽 벡터를 곱한 사선 출세라는 것을 접하게 됩니다. 그 해법에서 약간의 희망을 발견합니다.
취향 있는 공간의 증식자들
어떤 분위기의 동네에 살고 싶은지... 어떤 가게들이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는지... 어떤 콘셉트의 집이었으면 좋겠는지... 의뢰만 하면 취향에 맞는 집과 동네를 알아서 중개해주는 곳, 게다가 부동산을 고르는 핵심 기준이 감동이라니.
조금 더 언론에 노출된 소개를 덧붙이자면 도쿄 R부동산은 ‘신축, 역세권, 로열층, 풀옵션’등 경험적 가치가 사라진 마케팅 언어를 남발하는 여느 업체들과 달리 주로 낡고 특이한 건물을 취급하기로 유명해요. 그들의 부동산 중개는 누군가에겐 최악의 매물이 다른 이에겐 최고의 매물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공간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라고 합니다.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부동산 중개에서 개발까지 폭넓은 비즈니스를 펼치며 결국은 소유주와 입주자,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일을 하는 셈이지요. 고객의 취항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곳을 소개해주며 지역을 '프로듀스'하는 21세기형 부동산 집단?이랄까요.
그들의 작품? 은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개합니다'란 책에 잘 나와 있고요. 오늘 소개할 '도쿄 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란 책에는 그들이 하는 일과 일하는 방식, 직장인과 프리랜서 사이에서 장점만 취하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든 그들의 전략이 담겨 있어요. 책에 실린 흥미로운 이야기 중에 이번에는 회사도 독립도 아닌 그들의 조직론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꽂혔기에 그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 해요.
국경과 나이를 뛰어넘은 우리의 동료
우선 세명으로 이뤄진 저자이자 창립멤버들은 건축을 전공하고 전통적인 설계를 하기보다 공간 비즈니스 쪽으로 눈을 돌려 업역을 확장하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에요. 저 보다는 좀 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지만, 책의 내용에는 내 또래 동료들이 고민할 만한 와 닿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지 못한 길을 과감하게 걸어 간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던 것 같아요.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 이기에 더욱더 공간을 중심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도 또한 개인적으로도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제대로 돈 벌 수 있는 방법으로 부동산이란 업역까지 폭넓은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셈이니까요. 게다가 지금의 우리처럼 안정적이고 확실한 미래가 펼쳐져 있어도 인생이 불안하다 하고, 인생의 앞날이 불투명하면 당연히 불안하다고 하면서 어차피 불안하다면 하고 싶은 일을 거침없이 하는 게 속편 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리고, 창창한 대기업을 퇴사하고 창업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니까요.
홈페이지 보다 꽂힌 매물 소개^^ 부동산을 고르는 기준은 감동이라 했으니
수직과 수평의 양쪽 벡터를 곱한 사선 출세라는 것
많고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 중에 대기업을 다녔던 그들이 말하는 신선한 출세론에 꽂힌 나도 참! 처음 들어보는 수직 출세, 수평 출세, 사선 출세에 대한 그들의 통찰은 내가 일하며 살고 싶은 방식과 설계회사가 변했으면 하는 점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특별히 더 책 끝을 접어 가며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에요.
그들의 출세론 중 첫 번 째 수직 출세는 짐작하시듯 기존에 보던 출세 스타일로 회사의 직급체계에 맞추어 승진 누락 없이 임원을 거쳐 사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해요. 일본도 한국도 어쩌면 지금까지 조직에서 살아남는 유일무이한 방식으로 아직도 많은 꼰대들의 꿈이지요. 라인에서 이탈하면 재기가 힘들어지니, 직장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 비합리적인 상사의 지시도 참고 견디는 뭐 그런 드라마도 많지요.
수평 출세는 회사를 그만두고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친 다음 사회적으로 넓어진 표면적을 이용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소개해요. 언론에 노출되어 유명해지는 등 수평적으로 활동을 확장시키며 사는 방법으로 이 경우 정확히 말해 출세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고 커리어의 '수평 전개'라고 해야 옳다고 하네요. 단점은 다채로운 일을 경험해 좋지만, 수입이 는다는 느낌이 없고 일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피로도만 높아질 뿐이라고 해요. 잘 풀린다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잘 못 풀릴 경우에도 재야의 고수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 자신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자들은 수직과 수평의 중간인 사선 출세라는 길도 있으리라는 주장을 펴기에 이르러요. 조직 안에서 지위가 오르는 출세 길을 제대로 밟으면서 동시에 사적으로 책을 쓰거나 특기를 갈고닦아 사회적인 출세도 이루는 수평 전개의 축도 세우겠다는 뜻으로 사선 출세 즉 지그재그 출세를 소개하고 있죠. 부캐로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사이드 허슬러들이 기뻐할 소식이랄까요.
도쿄 R부동산의 멤버들은 '프리 에이전트 스타일'로 일한다고 하는데요. 프로야구팀처럼 구단과 '계약'을 하고 개인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것이죠. 그렇기에 각자 의지만 있으면 '지그재그 출세'가 가능하다고 해요. 이를테면 올해는 수평, 내년에는 수직을 스스로 정하고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니까요. 매출이 최고 수준인 한 고액 연봉자는 올해 수평 전개에 도전 중이라며 지금처럼 수직형으로 가다가는 마음보다 몸이 지칠 것 같다 라는 말을 하더니 작년부터 스스로 행동으로 옮겼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하는...... 어쨌거나 대표님들 이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