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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지언니 Mar 19. 2020

PT는 단순히 발표가 아니에요.

의사결정권자 마음에 닿기를......


우황청심환으로도 진정이 안되는 발표 울렁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요. 떨고 버벅거릴지라도 의사결정권자의 마음에 울림이 있는 발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에요. 그 실력은 진정성 있는 삶으로 업을 이어 가는 사람의 내공에서 나온다고 하죠. 다만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말 잘하는 사람의 스마트한 스피치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처럼 스피치 방법론에 대한 콘텐츠 참 많지요. 그래도 저는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표자료나 콘텐츠의 완벽함이라 생각하고 전에 준비를 꽤나 하는 편이에요. 그러나 현실은 완벽하게 숙지했는데도 입만 열면 개구리가 튀어나오더라고요. 저 또한 그런 좌절의 날들을 겪으며 스피치 스킬을 고민하는 말 떼기 두려운 평범한 직장인의 애환을 안고 사는데요^^  그러다가도 스피치 스킬은 뛰어난데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 위로를 받기도 해요.



사실, 내일은 몇 달간 공을 들인 사업 공모의 PT가 있는 날이에요. 사업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기 때문에 발표는 건설사의 임원분이 하실 예정이죠. 어제는 최종 PT 준비가 있었는데 임원분의 반복되는 연습에 요상하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내가 발표를 한다고 상상하면 깊은 곳에서 울렁증이 올라오는데 나는 어떻게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을까 돌아보는 시간이었죠. 현장에서는 피티 시간을 재고 말하는 속도와 발표 분량을 다시 가늠하고 여러 번 발표원고를 수정하고 조금 더  말하기 편한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고치는 작업에 바빴지만요. 기업의 임원분도 발표는 쉽지 않다는 것에 위로를 얻고, 누가 발표를 하던 PPT 작성 시에 미리 시나리오를 써보고 내용의 위계와 밀도를 조정하면서 기승전결 구도가 명확한 PPT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즘 말 잘하는 사람이 묵묵히 잘하는 사람을 이기는 현실을 떠올려 보면서 쇼맨십에 얼마 큼의 진정성이 있을까 의심도 하고, 적어도 의사결정권자인 심사위원이나 클라이언트 앞에서 하는 공개적인 PT는 무엇이 달라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을 했죠. 의사결정권자가 발표에 설득되어 설계 작품을 선택해야 공모안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으니까요.



사람을 설득하는 데 논리가 중요할 것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감성이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잖아요. 저 또한 PPT를 만들 때에는 감성을 자극해서 가장 오래 기억하게 하는 방법으로 매번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발표에 스토리를 입혀서 의사결정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매번 고민하고 또 고민해요, 하지만 냉철하게 사업을 설명하는 피티에는 말랑한 스토리를 입혀 준비하기보다는  발표자가 사업 성공 확신에 찬 어조로 명확하게 발표할 수 있게  구성할 뿐. 마무리 멘트에 잊지 않고 선택을 받아야는 감동적인 이유를 언급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하길 기대할 뿐이죠.



PPT를 자주 만들지만 아주 가끔 저도 PT를 할 때가 있는데요. 울렁증을 잘 극복도 못하면서 "말에는 '온도'도 있고 '품격'도 있는데 말이지... 인공지능처럼 원고를 읽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내 안의 소리에 혹할 때 있거든요. 결론은 열심히 연습하고서도 현장에서 머리가 하얘져서 내 안의 개구리를 만나는 것으로 끝날 때가 많지만요. 어려워요 프레젠테이션...... 그 순간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요?




한 장당 세 개의 단어만 기억하세요 


세 가지 단어를 충분히 떠올릴 수  있게 PPT를 만들고 PT 현장의 울렁거림 속에서 입을 뗄 수 있는 세 가지 문장 정도를 구사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으면 한결 수월해요. 원고 없이 교감하며 발표할 수 있고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눈 맞춤도 해가며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줘요. 가능하지도 않지만 많이 외워서 깨알 같이 어필하겠다는 욕심을 버릴 것! 그러면 긴장이 줄어들고 많이 말하지 않아도 말에 힘이 더 생기더라고요. 




허를 찌르는 질문에는 당황 말고 고마운 마음부터 표현하세요

(공개처형 현장에서 유명 건축가에게 배운 것)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좋은 지적을 해준 데 대한 고마움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나아 보일 때가 많다고 해요. 물론 동공 지진이 오겠지만, 프레젠테이션 이후라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다며 가능하다면 차후에라도 대답할 기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부족한 대답에 대한 현명한 대처가 될 수 있어요.




매 순간 정직하게 말하세요

(진성희 작가님의 책을 읽고 깨달은 바)


신뢰와 진정성은 꾸민다고 나오지 않지요. 이 부분이 말만 잘하는 사람을 구분 짓는 포인트예요. 대게 진정성 있는 스피치는 그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나이 지긋한 분들이 풍기는 아우라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경험도 아우라도 없는 초짜는 항상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끔 분위기가 좋아지면 선택을 받아 내고야 말겠다는 혈기에 취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말할 때가 있어요. 뭔가 뻥카를 날린 것 같은 자괴감이 없도록 한계를 마주해도 솔직하게 말해야겠지요. 그래도 선택을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서 말이죠.







굴지의 설계사무소에서  턴키 같은 경쟁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을  가르치신 진성희 작가님께서 스피치 잘하는 방법을 쓰신 책을  마무리하면서 스피치 스킬이 아무리 뛰어나도 넘어설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신뢰감이라고 하셨어요.


오래 일하신 감리단장님을 예로 들면서 신뢰를 주는 사람에게는 스킬이 뛰어나지 않아도 청중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네요. 그게 얼굴인가 싶게 마흔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고요. 진실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신뢰감의 얼굴은 아무에게서나 나오지 않는다며.... 그래서 올바르게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던지시며 마무리를 하셨죠.


진정성 있는 스피치는 진실과 정성으로 삶을 살아낼 때 가능하다며 그런 인생을 살아왔다면 앞에 나가서 너무 긴장하지도 너무 걱정하지도 말라하세요. 사람들이 그 진정성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라면서요.


진정성 있는 삶이 그 사람의 말에 힘이 된다는 뜻이겠죠.




이 글을 쓰면서 읽었던 책 목록

진성희 지음, <나는 왜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을 못 할까? : 하는 일보다 더 인정받는 사람의 스마트한 스피치>, 라온북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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