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리는 하루를 스스로 만들자
지난 한달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지루하고 불안했으며 욕심이 뒤엉켜 일상은 에너지 절약 모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내 인생의 미래에 투자를 하지도 못했다. 그저 한달을 버렸다고 해도 될만큼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이 잊고 싶은 기억을 되살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그 속에서 느꼈던 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정리하고 버리기 위해서다. 다행히 새로운 과제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지난번처럼 마감을 지켜내는 성실함을 끝까지 놓치 않기로 했다. 그래서 일상을 촘촘하고 가치있게 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어쩌면 이건 내 일상을 잘 살아내라는 누군가의 배려가 아닐까.
일상이 시시하고 무기력할 때 문득 주변을 보았다. 가을 하늘은 파랗고 높고 주변에는 고혹하게 차려입은 나무들이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았다. 매해 한아름 코스모스 피던 들판에도 어김없이 산들산들 꽃파도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런 일상이 새삼 더없이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새로울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는 것들이 마음을 다독이며 나의 일상이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위로하는 것만 같다.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어야 행복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지만 지금 보니 행복은 항상 내 옆에 그대로 있었다. 그저 내가 행복을 외면하고 쓸데없는 두려움이나 걱정이나 불안을 안고 있었던 것 뿐이다. 벽을 보고 서있으면 눈앞의 것이 전부가 되고 거대한 것이 된다. 그렇지만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면 그것은 작고 사소한 것이며,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닳았다. 아이는 옆에서 항상 내게 말을 걸었고, 가장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었으며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아끼는 오르골을 틀어 엄마를 토닥거리기도 했다.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불안이나 걱정이나 혹은 실수를 만회하는 것들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도 그것을 뼈아프게 자책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다섯살배기 아이에게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번 부침이 있고나니 조금은 알것같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을 디딤돌이 되어줄것이라 생각한다.
아이의 발레춤을 보고 깔깔거리고 채소를 듬뿍 넣은 잘 차려진 밥상을 준비하고 저녁 드라마를 보며 소소하게 행복을 찾는 것은 언제나 할 수 있지만 언제나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행복해서 이 작고 사소한 일들을 온전히 누리고 살아가고 싶다.
마음이 흔들리고 혹은 가끔 상처받고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가슴 뜨겁고 당당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몸이 생기가 없으면 일상이 멈춘다.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 다시 몸을 움직이고 일상의 시시한 것들을 해내면서 행복을 보살펴나가는 지금기분은
'참 다행이다.'
비로소소장 장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