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은 Aug 29. 2021

골목길에서

흐린 하늘이 가득한 성길 대신

가을 빛깔을 물들이기 시작한 

골목길로 들어선다.

자신의 삶을 가꾸듯 

집 앞 작은 화단을 일구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우리 동네 골목길을 걷는다.

대추의 무게만큼이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어르신의 모습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문다.

작은 것 하나도 소흘함이 없이

단단히 자리를 잡아주는 손길에서

어르신의 삶의 태도를 만난다.

한 계절 살다가는 초록이들도

서로 기대어 살라며

이어 놓은 비닐 끈을 보며

어르신의 마음을 느낀다.

자박자박 골목길을 걸으며

살그머니 찾아온 가을을,

투박한 미소로 마음을 건네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마주한다.


나이 듦이 더 이상

존경과 비례하지 않는 시대라지만

그럼에도 골목길에서 만난

황혼의 빛깔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다.


골목길에 가을이 물들어 간다.

작가의 이전글 가을로 가는 여름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