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이 가득한 성길 대신
가을 빛깔을 물들이기 시작한
골목길로 들어선다.
자신의 삶을 가꾸듯
집 앞 작은 화단을 일구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우리 동네 골목길을 걷는다.
대추의 무게만큼이나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어르신의 모습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문다.
작은 것 하나도 소흘함이 없이
단단히 자리를 잡아주는 손길에서
어르신의 삶의 태도를 만난다.
한 계절 살다가는 초록이들도
서로 기대어 살라며
이어 놓은 비닐 끈을 보며
어르신의 마음을 느낀다.
자박자박 골목길을 걸으며
살그머니 찾아온 가을을,
투박한 미소로 마음을 건네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마주한다.
나이 듦이 더 이상
존경과 비례하지 않는 시대라지만
그럼에도 골목길에서 만난
황혼의 빛깔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다.
골목길에 가을이 물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