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9.
금요일 오후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하고, 집으로 갔다. 아이와 함께 있는 집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할까 싶지만 급한 일은 오전 중에 처리했으니 잠깐 시간을 내면 나머지 일들은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집에 도착했는데, 아이가 너무 반갑게 아빠를 맞아준다.
'아빠!!!!!' 하고 뛰어오며 안기는데, 정말 오랜만에 낮 시간에 아빠를 만나서 무척 기쁜 모양이다.
도착하자마자, 엄마랑 어떻게 놀았는지 열심히 설명을 하시곤 같이 하자고 손을 끄신다.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은 후 아이와 그림책을 함께 보는데, 엄마가 잠깐 장을 보러가신다고 한다. 아이에게 '같이 갈까요?' 했더니, 아니라고 집에서 아빠와 놀겠다고 하신다.
아이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다가 볼링핀 인형이 뭔지 모르시니, 뭐냐고 물어서 '볼링핀이에요, 이걸 이렇게 세워놓고 멀리서 공을 굴려서 넘어뜨리는 거에요'라고 했지만, 이해를 못하신 듯 하다.
그래서... 재활용품을 모아 놓은 곳에서 생수병을 가지고 와서 세워 놓고, 공을 굴리면서 넘어뜨리는 시범을 보이면서 이게 볼링이고, 생수병이 볼링핀이라고 설명을 했다.
순간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아빠는 생수병을 세우고, 아이는 작은 공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기를 하는데, 몇 번을 실패하시더니, 손으로 굴리신다. 하지만 역시 또 실패.... 약간 짜증이 나신 것 같긴한데, 이제는 공을 굴리지 않으시고 손에 공을 잡은 상태로 생수병을 넘어뜨리시곤, 매우 신나하신다.
아빠는 계속 병을 계속 세워주고, 아이는 계속 넘어뜨리고.... 이제 조금 이해를 했는지, 다시 발로 공을 차서 넘어뜨리신다. 몇 번의 성공을 하셨는데, 조금 심심했는지, 갑자기 생수병을 양손에 드시곤, 세우고 있는 생수병을 넘어뜨리시며 까르르...... 상기된 얼굴로 계속 생수병을 넘어뜨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수병 하나를 들고 멀리 가져다 놓으시곤
'어~ 생수병 하나가 없어졌네?, 아빠 생수병 하나가 없어졌어요! 어디 갔지?'
'어~생수병 어디갔지? 아빠가 못 찾겠네?'하고 호응을 해 줬더니, 이제 무한 반복을 시작하신다.
아빠도 슬슬 재미가 없어지고 있는데, 드디어 엄마가 돌아오셨다.
'엄마 오셨다!' 아빠는 드디어 해방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엄마가 오던 말던 신경을 안 쓰신다.
한 시간 가량을 그렇게 놀았다.
그렇게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아이는 아빠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빠 옆을 떠나지 않으셨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이는 식탁에서 자신의 옆자리를 아빠에게 주셨다. 평소 엄마 자리인데, 어제 함께 놀았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난 아이와 놀았더니, 마음을 또 열어주신 듯 하다.
일주일 내내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한 아빠에게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 같이 놀아주니 마음이 열리는 아이....
긴 인생을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