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과 분홍빛 하늘

2021.1.12.

by 채널 HQ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아이는 눈 사람을 만들겠다고 눈을 기다렸다. 몇 일전 아이가 이미 잠이 든 상태에서 눈이 내렸고, 다음날 아침은 너무 추워서 다음에 만들자고 아이와 약속했다.


3시쯤 창밖을 보니 눈이 오고 있다. 사무실에선 이러다 퇴근 못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한가득인데.... 난, 퇴근해서 아이랑 눈 사람을 만들고 싶다. 급하게 처리해야할 일이 없으니 그냥 퇴근할까? 빨리 집에 가서 아이랑 눈 사람을 만들까? 말없이 일찍 퇴근해 깜짝 놀라게 해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또 그래도 일하는 시간인데 나가기가 좀 그런데...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일이 주어진다.


엄마에게 아이와 저녁 일찍 드시고 아빠가 도착하자 마자 바로 눈 사람을 만들러 나가자고 했다.


퇴근하니 이미 아이와 엄마는 준비 완료. 신발만 얼른 갈아신고 집 앞 놀이터로 갔다. 눈은 그쳤고, 몇 몇 아이들이 눈 사람 만들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눈을 한 움쿰 뭉쳐보니, 잘 뭉쳐지지 않는다.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는 이미 눈 밭을 뒹굴고 있다. 아무리 뭉쳐도 잘 뭉쳐지지 않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눈을 동그랗게 말고 있다. 먼저 나온 아이들이 눈 사람을 만들었기에 남아 있는 눈은 눈 사람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했겠지만, 아이와 아빠는 계속 눈 뭉치기를 시도한다. 눈 덩이 만들기가 어려운 아빠는 눈을 모아 고양이 모양을 만들기 시작한다.


아이도 눈이 잘 뭉쳐지지 않는지 여기 저기 왔다 갔다 눈을 굴리다가 갑자기 고양이를 만들고 있는 아빠 머리에 눈을 뿌리며 까르르 웃는다.

'아이, 추워~'

'까르르르르르'

이제는 눈을 아빠 머리에 비벼버리신다.

'아이, 추워~ 어~ 추워요~'

'까르르르르'

아이의 방해를 이겨내고 드디어 고양이를 완성했지만, 아이 반응은 시큰둥하다. '어! 예뻐요' 아주 건성이다.

갑자기 아이에게 눈 사람을 꼭 만들어줘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다시 눈을 뭉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걸어다닌 길 말고 나무 밑 눈이 잘 뭉쳐지는 걸 알고 나서 그곳을 찾아다니며 눈을 굴렸다. 그러다보니 이제 제법 눈 덩이가 커졌고 아이보다 아빠가 더 신이나버렸다. 아이와 엄마는 눈 사람 만들기보다 눈 밭에서 뛰며 눈 뿌리기, 그리고 눈 치우는 도구로 눈을 모으는 놀이를 하고, 아빠는 계속 눈을 굴렸다. 어느 정도 커지자 아이는 자기도 해보겠다며 눈덩어리를 굴리기 시작하신다.


드디어 눈 사람이 완성됐다. 아이는 눈 코 입을 만들어 주자고 하더니, 손으로 눈덩이를 파신다. '뭐지?' 아이는 눈 사람의 입을 만들어 주고 계셨다. 그러다 갑자기 눈 사람을 꼭 안아주는데 갑자기 머리가 바닥을 떨어진다. 아이는 잠깐 멈짓하더니 눈 사람 몸통위로 엎어지시면서 까르르 까르르 웃는다. 아빠가 다시 머리를 올렸지만, 눈 사람보다 눈 사람 위에 올라타는게 더 재밌었는지, 머리를 다시 밀어내고 다시 자기가 그 위로 올라가신다.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눈 사람 주변에 다시 벽을 만들면서

'우리 눈으로 성만들어요' 했더니, 아이는 '그래' 하면서 아빠와 같이 눈으로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는지, 또 눈을 아빠 머리위에 뿌리신다.


그러다 갑자기 하늘을 보더니

'엄마, 아빠, 하늘이 예쁜 분홍색이에요~'

해는 이미 졌지만, 노을이 눈에 반사되면서 흐리지만 하늘이 분홍빛을 내고 있었다.

뭔가 주변을 꼼꼼이 살펴보는 아이 덕분에.... 눈 내리는 날의 또 다른 아름다운 자연을 깨닫게 된다.


한 참 놀고 있는데, 엄마가 이제 들어가자고 하신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고.....(진짜 몰랐다)

아빠 몸에서는 땀이 났다. 아빠가 아이와 같이 논 건지, 혼자 논 건지 의심스럽다는 엄마의 말과 함께 집으로 가는데, 아이는 다시 눈 밭에 벌렁 누워버리신다. 그리고 뒹굴뒹굴 까르르 까르르... 조금 아쉽긴해도 나름 충분히 놀았는지, 집에 가자는 말에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다.


아이가 태어나고 이렇게 눈과 함께 논게 처음이다. 아이는 책에서만 보던 눈놀이, 노래로만 불렀던 눈놀이를 직접하는게 너무 신이 나셨던 모양이다. 집에 들어와 씻고, 아빠와 책 2권을 읽은 후 내일도 눈사람 만들자는 이야길하며 잠에 드셨다.


그리고 오늘(13일) 아침, 아이는 창밖을 보다가, '어~ 어제는 분홍색 하늘이었는데, 오늘은 파란색 하늘이에요' 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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