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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박은희 선생님을 만나다!

by 최연신


인터뷰―만나고 싶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박은희 선생님을 만나다!


기획 및 취재 최연신(하상매거진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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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K-POP, K드라마, K영화, K푸드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가지거나 한국어 배우기를 희망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언어의 장벽을 넘어 우리의 자긍심, 문화를 전달하는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하티웍스(코리안앳유어도어)에 소속되어 어학 강사로 일하고 있는 박은희(52세) 선생님이다. 그녀는 시각장애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과 열정으로 한국어를 가르친다. 시각적 정보 없이도 학생들의 목소리와 감정, 그리고 말속에 담긴 작은 변화까지 놓치지 않고 알아차린다. 이달에는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문화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며 특별한 배움의 여정을 만들어가고 있는 박은희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하상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주세요.


박은희 : 네. 저는 현재 한국어 강사와 점자 강사를 겸하고 있는 박은희입니다. 가족은 남편과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23살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하상 : 시각장애 원인과 현재 시력은 어느 정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박은희 : 시각장애 변명은 망막색소변성증(RP)입니다. 현재는 전맹이고요. 제가 여섯 살 때 발병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력이 안 좋다 보니 초등학교를 조금 늦은 10살에 입학했습니다. 초등학교까지는 일반 학교에 다녔는데, 중‧고등학교는 맹학교를 나왔어요. 오랫동안 약시 생활을 하다가 완전히 안 보이게 된 것은 불과 3~4년밖에 안 됐습니다.


하상 : 언제부터 외국인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나요? 한국어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박은희 : 한국어 강사 일은 2021년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어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예전에 일본어 전화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계기가 됐어요.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문득, 음성으로 수업하는 방식이라면 시각장애인인 저도 외국인한테 한국어 수업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현재 제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이후에 넓은 마을 공지 사항을 통해 우리 회사 하티웍스(구, 코리안앳유어도어)를 알게 되었고, 바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상: 하상매거진 2020년 2월호에서 코리앤앳유어도어의 박경이 매니저를 인터뷰했어요. 대표님도 만나 뵀고요. 그 후에 이름이 하티웍스로 바뀌었군요. 그럼, 박은희 선생님은 햇수로 4년째 하티웍스에 소속되어 일하고 계시는 거네요. 처음 시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박은희 : 어려움이 당연히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제 전공이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한국어 문법 공부도 따로 해야 했거든요. 또 업무와 관련된 각종 앱 사용법도 숙지해야 했고요. 남을 가르치기에 앞서 제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상 : 일본어를 공부하셨던 게 한국어 교사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시나요?


박은희 : 도움이 됩니다. 수강생으로서 외국어를 배웠던 경험을 토대로 한국어를 외국인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효과적인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어는 문어체와 구어체가 확연히 다르고, 상하관계에 따라 예사말과 높임말을 바꿔줘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잖아요. 저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문어체와 구어체를 구분하여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상 : 현재 선생님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몇 명이고, 선생님의 레슨은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해요. 어떤 방식으로 한국어 수업이 이루어지는지 설명 부탁합니다.


박은희 : 8명 정도예요. 지금은 주로 중국인들이 많은데, 그전에는 필리핀, 러시아, 베트남, 일본, 미국인 등 다양했습니다. 수업 방식은 재택근무 형태로 이루어지고요. 외국인 학생들에게 등급별로 한국어 문법뿐만 아니라 한국의 일반적인 정보와 문화에 대해서도 학습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련 어휘와 관용어 등을 다양한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죠. 저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그리고 한국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한 한국어 발음 교정과 조사 사용법 등 다양한 연결 의미들을 철저하게 지도하고 있습니다.


하상 : 선생님께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박은희 : 햇수로 4년 동안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지금까지 컴플레인이 들어온 적은 없습니다. 강의를 더 듣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재구매도 많고요. 작년 회사 연말 송년회 때는 강사 모범상도 받았어요. 저는 무엇보다 학생이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수업 분위기를 밝고 즐겁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MBTI가 ESTJ인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상 :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거란 생각을 합니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유난히 한국어 공부를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나요?


박은희 : 언어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듣고 그 말을 흉내 내서 따라 해보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들을 많이 보라고 보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에 일본어 공부를 했었을 때 일본어로 일기 쓰기를 해 봤더니 공부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 경험을 거울삼아 학생들에게도 한국어로 일기 쓰기 해볼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상 :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영어를 잘하는 사람 중에 팝송이나 드라마로 공부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일기 쓰기도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교습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박은희 : 많은 학생이 제게 가장 원하는 것은 발음 교정이에요. 발음 교정을 그냥 대충만 하는 게 아니라 저 같은 경우에는 아주 꼼꼼하게 해주거든요. 말하다가도 틀렸을 땐 바로 바로 얘기를 줍니다. 그다음에 학생들이 많이 틀리는 것이 조사 사용법이에요. 그 점을 중점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상 :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박은희 : 아직 많은 국적의 학생들을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러 나라의 학습자를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사실 예전엔 외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도 약간 있었는데,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편견들이 사라졌어요.


또 다른 장점을 꼽자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저 자신이 더 많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잘 가르치기 위해 저의 실력을 배양하게 되더라고요. 한국어뿐만 아니라 많은 다양한 영역을 폭넓게 공부하게 되었거든요.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수업 시간 배분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1회당 50분 수업이고, 하루 평균 4~5시간 정도 수업을 진행합니다. 총량으로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해요. 아침 9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학생부터 밤 10시에 수업을 끝마치는 학생도 있거든요. 짬짬이 집안일도 하고 볼일도 봐야 하는데, 수업이 많은 날은 병원 갈 시간도 없어요. 시차 문제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죠. 그러다 보니 온종일 근무하는 느낌이 들어요.


하상 :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겪은 에피소드나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 이야기 들려주세요.


박은희 :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기 전, 제게 수업받았던 중국인 학생이 우리나라로 유학을 왔어요. 당시엔 모든 외국인은 입국 시 코로나 검사를 받고 그 결과 여부를 알려야 했는데,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연락처가 없었나 봐요. 중국인 학생은 막막한 상황에서 저를 떠올렸고 담당 직원에게 제 연락처를 알려주었죠.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몇 달 전에도 또 다른 학생에게 일이 있었어요. 수업 시작 전 스몰 토킹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죠. 학생이 배달 음식을 시켰는데 음식을 받지 못했대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배달원이 다른 집에 음식을 놓고 간 거였어요. 학생이 가게에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결제된 돈을 환불받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학생으로부터 식당 상호와 연락처를 알아내 가게 주인과 통화했습니다. 상황 설명을 했고, 환불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죠. 학생이 무척 감동하더군요.


그 학생뿐 아니라 오랫동안 수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이 들어요. 때로는 엄마처럼 이모처럼 생각하고 상담 심리를 청하는 학생도 있고, 가족한테도 못했던 말을 저한테 쏟아놓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증명받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하상: 자칫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을 뻔했는데, 선생님 덕분에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요.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은희 : 아무래도 제일 좋은 조건은 한국어 전공을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한국어 전공을 했다고 해서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어 문법을 기본적으로 잘 알아야 하며 학생들이 한국어 말하기를 잘 할 수 있도록 강사가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상 : 한국어 강사 외에도 점자 강사로 활동하신다고 들었어요.


박은희 : 구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고, 실로암복지관에서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상 : 한국어 강사로, 점자 강사로, 주부로 일인 다역 하시는데 여가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박은희 : 평일에는 한가한 시간이 없어요. 하루 스케줄이 빡빡하거든요. 심심하다고 투정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는 제발 심심해 봤으면 좋겠다고 하죠. 대신 수업이 없는 주말에 쇼핑하기도 하고 지인을 만나기도 하고 혼자서 영화나 책을 보기도 합니다. 소리책을 들으면서도 못다 한 집안일도 하고요.


하상 : 선생님의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네요.

박은희 : 아주 어렸을 때는 기억이 안 나고, 초등학생 때 막연하게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상 : 그러면 꿈을 이루신 거네요.


박은희 : 학교 교사는 아니지만 어쨌든, 누군가에게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있으니 그런 것도 같아요.


하상 : 선생님에게 삶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박은희 : 가족이죠. 특히 아들은 제 삶의 이유예요. 어느 집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어릴 때부터 아들을 진짜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감사하게도 착하게 잘 자라줬고요. 아들이다 보니 딸처럼 곰살맞지는 않지만, 친구처럼 엄마와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남편도 약시인데 눈이 불편한 부모를 이해하고 마음 써 주죠. 외출할 때면 길 안내도 잘해 주고요.


하상 : 앞으로 어떤 한국어 강사가 되고 싶은지 들려주세요.


박은희 : 뻔한 대답 같긴 합니다만, 저는 현재도 앞으로도 최고의 강사가 되기보다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강사가 되고 싶어요. 학생들의 머릿속에 한국어 강사 박은희라는 이름이 오래오래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상 : 앞으로의 계획이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들려주시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박은희 :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한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랫동안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요. 특히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 시각장애인에게도 우리 회사를 알리고 교육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월간문화교양지 하상매거진 2024년 11월호(통권 제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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