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이 Nov 15. 2022

지역마다 다른 독일의 인사

모두가 구텐탁 하지는 않아요

Max: Guten Tag! Wie heißt du?
안녕! 이름이 뭐야?
민지: Guten Tag! Ich heiße 민지. Und du?
안녕! 내 이름은 민지야. 넌?
(중략)
민지: Ich muss los. Auf wiedersehen!
이제 가봐야 해. 안녕!
Max: Auf wiedersehen!
잘 가! (직역: 다음에 볼 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독일어 회화 교재를 펼쳐들면 제일 첫 장에 나오는 대화문이다. 하지만 독일에 살면서 Guten Tag을 실제로 들어본 적은 거의 없다.


한국의 교재가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회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하기에는 내가 독일에서 독일어를 배울 때 독일인 교수님이 사용했던 기초 교재에도 Guten Tag이 나왔던 것으로 봐서 표준어는 분명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국어에서도 ‘표준어’와 ‘현대 서울말’, ’입말‘과 ’글말‘의 차이에 대한 논쟁은 항상 있어왔다. 바로 서울의 일반적 언중이 사용하는 언어의 억양과 어휘가 대한민국의 표준어와 완벽히 부합하는지, 또는 서울에서 ’서울 방언‘이 표준어보다 더욱 널리 사용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의 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들이 Guten Tag이라고 인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헤르만 헤세가 살던 지역의 언어적 특성을 반영했다고 하기에는 헤세가 삶의 대부분을 슈투트가르트 근처에서 보냈기 때문에 이 생각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Guten Tag이 소설에만 나오는 문어체적 표현인가 싶었다.


지역마다 다른 인사/ 출처: Die Zeit 주간지

사실 나는 드넓은 독일 내에서 많은 곳을 다녀본 것은 아니며 당시 함부르크를 영혼의 고향 쯤으로 생각하는 프랑스인 절친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아쉽게도 위 지도에 나온 인삿말을 전부 들어보지는 못했다. 슈투트가르트 근방에서는 드물게 중앙역에서 기차표를 살 때를 제외하면 어디에서나, 누구나 Hallo(할로)로 나를 맞이하고 Tschüss(츄스)와 Ciao(챠오)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기차를 타고 뮌헨에 처음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가니 종업원이 Servus(세르부스)로 나를 맞이했다. 함부르크를 좋아하는 친구는 이따금씩 프랑스어 대신 Moin(모인)으로 인사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는 카페, 식당, 미술관, 거리의 경찰관 등 많은 경우 나에게 Guten Tag(구텐 탁)이라는 인사를 했다!




독일은 19세기에 비스마르크가 독일 전역을 통일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 500여 개의 소국들로 나뉘어 지낸 탓에 지역별로 독특한 문화와 방언이 발달해 있다. 심지어 독일-프랑스 국경의 자르(Saar; Saarland) 지역은 여러 번 국적이 바뀌었다 주민 투표를 통해 독일에 귀속되었을 정도다. 프랑스는 20세기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화로 인해 프랑스 표준어를 방송매체와 초등 교육을 통해 보급하고 지역 방언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서 지금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어가 중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대 독일은 연방제로 운영되는 이유로 지역색이 강하게 남아 있어 지방마다 독특한 언어, 음식, 풍습, 맥주를 경험할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 로컬 브루어리의 광고

일례로 슈투트가르트 근방에서 통용되는 슈바벤 방언으로만 쓰인 옥외광고나 책자를 읽으면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데 신기하게 이 지역 사람들은 그걸 완벽하게 읽고 이해한다. 위 광고는 슈투트가르트 4대 로컬 브루어리 중 한 곳인 슈바벤브로이의 광고인데, 이 브루어리는 항상 저렇게 지역 방언인 슈베비쉬를 광고에 적어둔다. [대괄호]안은 슈바벤 방언의 발음기호인데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 봐도 ‘필스너가 좋단 말인가?’하고 갸우뚱하게 된다.


네이버 베스트도전만화 «달콤한 나의 독일» 15화

위 웹툰은 화자의 독일어에 지역 방언이 묻어나와서 대화 상대방인 독일인이 화자가 어느 지역에 사는지 알아챘다는 얘기인데 이걸 읽고 어쩌면 독일 다른 지역 사람들이 내가 할로! 하고 인사하는 걸 듣고 어느 동네에 사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잠깐 했다.


안녕하세요, „Hallo”의 지방에서 왔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메인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toby.around.the.globy의 뮌헨 옥토버페스트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독린이라면 알아야 할 판트(Pfan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