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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수 Jan 21. 2022

투박한 다정함

말 한마디의 온기

연일 영하권의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하던 길이었다. 그날은 혼자 저녁을 먹는 날이어서 간단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동네 분식집으로 향했다, 메뉴 종류가 다양하기도 하고 맛도 좋아서 동네에서 인기가 많아 일하시는 분들은 친절했지만 분주했고 기계적으로 움직이기 바빴다.


출납기 옆 작은 난로 덕분에 훈훈한 온기를 느끼며

포장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 중학교 때만 해도 교실 뒷 벽에 큰 전기난로가 달려 있었지만 요즘에는 보기 드문 빨간 난로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겨울에 그 앞에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손을 녹이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피식 웃음 나는 추억 속에 빠져있던 중에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 사이로 들어오는 찬 기운에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아이를 쳐다봤다. 열 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쭈뼛쭈뼛 서있자 주문을 받고 계산을 담당하는 분이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걸어 주문을 받았다.


아이에게 건넨  말투에서 아이를 귀여워하는 마음이 조금 느껴지긴 했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그다음이었다. 결제 후 아이에게 카드를 돌려주면서,


"손, 여기 난로 가까이에 대고 있어. 손이 차다."


하며 말했다. 투박했지만 걱정이 묻어 나오는 정한 말투였다. 아이는 수줍게 웃으며 "네" 했지만 비좁은 공간에서 선뜻 난로 쪽으로 가까이 가진 못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이 쪽으로 와. 여기서 손 좀 녹여." 라며 아이에게 공간을 마련해주었고 아이는 손을 가까이하며 추위를 달랬다.




카드를 주고받는 찰나의 순간에 살짝 맞닿은 손가락의 차가운 기운을 느끼고 바로 아이를 걱정한 그분의 마음에 덩달아 위로받았고, 기계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것이 조금 멋쩍어졌다.


코로나로 불필요한 만남은 물론이거니와 접촉도 최대한 자제하는 요즘이지만 손끼리 닿은 그 장면에 모르는 이와 접촉했다는 염려가 아닌 투박하지만 다정한 걱정 어린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답답한 거리두기의 현실 속에서도 마음은 이어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아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추운 날씨에 장갑을 안 갖고 간 아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엄마 걱정을 하 아이는 "엄마, 분식집 아주머니가 난로에 손 녹일 수 있게 해 주셔서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아까처럼 수줍게 웃겠지.

그럼 엄마는 얼굴도 잘 모르는 그분께 고마움을 느끼며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겠지.


평소보다 조금 더 밝고 크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김밥을 받아 들 기분 좋은 생각의 나래를 펼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내 표정과 말투가 그분께 따뜻하게 느껴지길 기대하며 남은 영업시간도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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