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탄생은 기적이다.
성교육 강사 코칭 과정 중, 강의 시간에 강사님께서 이 동영상을 보여주셨어요. EBS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아기의 탄생(The Birth of a Baby)'라는 영상인데요, 여러분도 한번 이를 끝까지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길지 않은 영상이니깐 쉽게 보실 수 있을 겁 니다. 그럼 영상을 함께 보시죠.
영상 잘 보셨나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인류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탄생했죠. 신체에서 가장 작은 세포(정자)와 가장 큰 세포(난자)의 만남이 바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과정이랍니다. 정자가 갖고 있는 염색체 X, Y에 따라서 우리의 성별(Gender)이 정해지죠.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우리 인간에서 성은 바로 2가지 밖에 없다는 겁니다. X 또는 Y 이렇게요.
아기가 탄생하는 과정은 험난하고 또 험난합니다. 성관계를 통해 남성이 사정(Ejaculation)을 하게 되면 발사(?)된 정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먼 여정을 떠나게 되요. 첫번째 관문인 pH 3~4.5 정도인 산성의 질(Vagina)을 통과해야 하는데 산성도 때문에 많은 정자 경쟁자들이 사망하게 됩니다. 거기서 또 두번째 관문, 좁은 자궁경부를 지나야 하죠. 자궁경부에는 점액질이 플러그(plug)를 이루고 있어서 이 점액질을 또 뚫어야 합니다. 세번째로 자궁 안에 도착하게 되면 거기서 또 난관이 시작되죠. 바로 같은 단어인 난관(Salpinx, tube, oviduct). ㅎㅎㅎ 난관(salpinx)이 그래서 난관(difficulty, 難關) 인가 봅니다. ㅎㅎ 난관이 왜 문제냐, 얘가 2개에요. 오른쪽, 왼쪽에 각각 하나씩. 오른쪽으로 가느냐, 왼쪽으로 가느냐 이 선택에 의해 생사가 갈리게 되는 거죠. 난자는 한쪽에서만 배란되니깐요. 그런데 정자 녀석들은 난자가 어느 쪽에 있는 줄 몰라요. 여기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어쨌든, 난자가 있는 난관으로 간 정자 녀석들은 난자를 만나게 되지만, 반대편으로 간 정자들은 난자를 만나지 못하고 헤매다가 죽어버립니다. 여기서 또 많은 수가 사라지죠. 난자를 만난 정자들은요? 난자는 2겹의 두꺼운 막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걸 '투명대 (Zona pellucida)'라고 해요. 이 투명대는 다시 부챗살관(corona radiate, 방선관)으로 둘러 쌓여 있어요. 이 두 막을 뚫어야 하나가 될 수 있는 거죠. 즉, 동화속에 잠자는 공주는 거대한 성으로 둘러쌓여 보호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정자에게는 일종의 방해물로 작용하는 거죠. 정자는 부챗살관과 투명대를 모두, 그것도 혼자 힘으로만 뚫어야 합니다. 마지막 미션(mission)이 되는 거죠. 난자 입장에서는 이 벽을 뚫을 강력하고 튼튼한 놈이랑 결혼하겠다는 심산이에요. 이 벽을 뚫지 못하고 쓰러지는 애들을 다시 솎아내는 과정이 됩니다.
마지막 미션을 깨트리기 위해서 정자는 머리의 끝 부위인 첨단체에서 히알루론산 분해효소(Hyaluronidase)를 분비해 조금씩 길을 뚫습니다. 길을 뚫기 시자한 정자를 공주님은 그냥 바라만 보진 않아요. 관문을 뚫기 시작한 왕자님이 있으면 그 길을 조금씩 도와줍니다. 바로 자궁관 점액효소(Tubal mucosal enzyme)를 분비해 정자에게 힘을 실어줘요. 공주님의 응원 덕분에 왕자님은 더 힘을 내게 되고 결국 수억분의 1의 확률로 수정이 되는 거죠.
저는 이 영상을 보면서 최근 글로벌하게 핫 이슈가 되고 인기를 끌고 있는 Netflix Drama인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생각났어요. 456명 중에 단 한명, 이 456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모든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 남아야 하죠. 각 게임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요. 경쟁자들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이 과정이 '수정(Fertilization)'의 과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물론 쌍둥이의 경우도 있지만 그건 열외로 하고, 단 1마리의 정자만이 살아남는 과정, 오징어 게임같은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역)'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물론 성기훈이 엄청 튼튼하고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말이에요.
자, 우리 모두는 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승리한 존재들이에요. 수정된 작은 세포가 분열되고 또 분열되서 이렇게 생김새와 성격이 다른 모두가 탄생하게 된 거구요. 조금 지치고 우울했던 차였는데, 저는 이 영상을 보고 정말 제 삶을 감사하게 되었어요. 부모님의 성관계로 태어난게 바로 우리지만, 사실 그 몸 안에서는 저렇게 치열한 과정이 있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생명은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그 과정에서 달라졌다면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저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겠죠. 얼마나 놀라운가요.
또 한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들 또 일터에서 치열하게 일을 시작하시겠죠. 직장의 동료들과도 작은 마찰들이나 갈등도 있을테고, 행복한 일들도 있을 거에요. 우리는 대부분의 삶에서 지금 우리의 삶이 매우 소중하다라는 것을 잊고 살곤 해요. 그러나 이 영상이 그런 편견을 어느 정도는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생활의 대부분을 비(非) 성적인 행동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사실은 성(性)적인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은 정말 기적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숨 쉬고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같이 기억하면서 삶을 살아가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