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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Feb 17. 2022

입덧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입덧으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로 보통 입덧을 하는 장면을 전형적으로 넣곤 합니다. ㅎㅎ 사실 규칙적이었던 생리가 끊어지는 것이 가장 첫번째 사인인데 그것보다도 입덧을 하는 것이 좀더 극적이다 보니 그렇게 연출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모두들 일단 임신과 출산 하면 입덧부터 떠올리시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에서는 배우들이 예쁘게 '우웁'하지만, 실제로는 처절(?)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종일 배멀미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배가 고플때도 입덧을 하니깐 배는 허기지는데 음식을 먹기는 힘들고.. 쉽지 않은 상황이죠. 


  입덧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기억이 있는데, 제가 레지던트(전공의) 트레이닝 중이었을 때입니다. 그 때 저는 지방 병원 파견을 간 상황이었어요. 지방이다 보니 산부인과도 많지 않았고 그 때 뵈었던 환자분은 그 파견 병원보다도 더 시골로 들어간 곳에서 살고 계셨던 분이었어요. 입덧 환자가 왔고 입원을 했다고 보고를 받고 좀 있다가 환자 회진 돌아야지.. 하고 있었는데, 병동에서 CPR이 난 것이었죠. 


사진출처: 드라마 굿닥터

  산부인과는 타 과와는 다르게 CPR 방송이 날 일이 많지 않습니다. 산모에게 CPR을 해야 한다고 듣고 놀래서 병동으로 뛰쳐 올라가보니 아무리 봐도 산모가 보이지 않는 거에요. 어리둥절해서 제가 당황하고 있으니 간호사들이 저를 부르더군요. 그 쪽으로 가보니, 산모는 보이지 않고 비쩍 말라 비틀어져 있는 나무같은, 암환자의 모습을 가진 환자분 한 분이 누워계시고 그 분이 산모에 CPR을 쳐야 하는 분이라는 겁니다. 너무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생각할 겨를 없이 심폐소생술을 열심히 하고 중환자실로 옮겨 한참을 치료했지만 결국 다음 날 돌아가셨습니다.  


  이 분의 사망 원인이 바로 중증 입덧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이었습니다. 너무 충격적이었죠. 요즘같은 시대에 입덧으로 전해질 불균형, 탈수로 다발성 장기 부전이 일어난다니. 입원 당시 소변이 나오지 않았고 입원 후 수액을 맞고 피검사가 나간 사이에 심정지가 온 거였죠. 이렇게 입덧을 그냥 방치하면 심각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이어져 아기 뿐만 아니라 산모의 생명마저 빼앗아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놀라서 여러 논문을 찾아보았는데 흔하진 않지만 케이스들이 전 세계에 꽤 있더라구요. 사실, 이 분은 임신을 하고 제대로 산전진찰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산부인과를 잘 가지 않으시니 제대로 케어를 받지도 못하셨죠. 주변 가족들은 입덧은 자연스러운 걸로만 인식하고 제대로 산모를 병원에 데리고 오지 않았고요. 제게도 매우 슬프고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입덧을 문제로 병원에 오시는 임신 초기 분들에게는 온종일 속이 메스꺼우면 뭘 먹기 힘들어도 억지로 먹을 수 있으면 먹는 것이 낫다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탈수나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갈 경우(물론 흔하진 않습니다만) 위험해질 수 있으니깐요. 이런 입덧은 임신이 되면서 발생하는 갑작스런 임신 관련 호르몬의 증가로 인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이는 각 개인마다 그 심한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입덧이 유지되는 시기도 개인마다 다 다르게 발생합니다. 제 환자였던 분은 임신만 하면 임신 기간 전체에 심한 입덧으로 거의 만삭까지 입원을 해서 수액과 정맥으로 영양소를 주입하면서 임신을 유지했던 분도 계십니다. 


  먹는게 힘드니 괴로운 거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먹으라는 거냐~ 하며 답답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입덧에 대한 약이 지금 존재합니다. 이전에 의학계에서도 입덧은 임신을 하면 발생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만, 앞서 언급한 여러 문제들로 산모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경우를 발견한 의사들과 제약사에서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입덧약 '디클렉틴(Diclectin)'란 약을 내 놓았습니다(뭐, 약장수 같지만 정말 이 약이 나오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ㅎ). 


 디클렉틴은 doxylamine(1세대 항히스타민제) 10mg + pyridoxine(Vit B6) 10mg의 합성체입니다. 약을 먹어서라도 영양소와 수분을 구강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보통 초회용량으로 1일 1회 2정을 취침 전에 복용하게 되는데, 다음날 증상이 어떻게 조절되냐에 따라 1일 1회 2정을 취침 전에 계속 복용을 합니다. 너무 심한 경우는 PRN(필요할 때마다)으로 복용을 시키기도 합니다. 3일째까지 똑같이 유지를 시켜 보는데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넷째날에는 1일 4정을 복용합니다(아침에 1정, 오후 중반에 1정, 취침 전에 2정). 1일 최대 권장용량은 4정이지만 필요 시 의사의 모니터링 하에 더 복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형아와 같은 부분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이 성분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30년 이상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복용함으로써 입덧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고 태아 기형 증가와도 관계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걱정하시지 말고 반드시 심한 입덧은 치료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임신 시 엄마들은 아기를 생각해서 약을 먹는 것에 대해 매우 거부감을 갖고 두려워합니다. 강한 모성애의 발현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엄마들의 마음을 저 역시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의료진으로서 말씀드리면 약을 복용을 할 때는 이익과 위험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제게는 아기도 소중하지만 아기를 지키고자 하는 엄마도 소중한 존재거든요. 약은 아기에게 좋지 않아, 라고 생각하시고 모든 종류의 치료약을 거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적절한 위험성-이익 평가를 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약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안전한 임신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이로운 선택이라는 것을 이해하시고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임신 시 입덧이 심할 경우 우리는 식습관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당연히 입덧에 대한 적절한 치료는 받으셔야 하고, 그 외에는 어떻게 식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알아보겠습니다. 




1. 하루에 세 끼를 많이 먹는 대신 2시간마다 간단한 식사나 간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소량씩 나눠서 먹는 것이 허기를 없앨 수 있어 허기질 때 나타나는 메스꺼움을 예방할 수 있게 됩니다. 


2. 밤에 자기 전에 간단한 스낵/간식을 드세요. 이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공복시 발생하는 입덧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음식을 먹을 때 아주 천천히 씹고 삼키세요. 


4. 시리얼, 크래커, 토스트와 같이 차갑고 건조한 음식을 조금씩 천천히 먹는 것이 입덧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5.  식사 사이에 액체 종류의 음식을 마시세요. 단, 식사 시에는 액체류를 소량만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액체류 특히 물을 매일 8잔 정도는 마셔줘야 합니다. 


6. 순수한 과일 주스나 레모네이드와 같은 음식들은 입덧을 적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7. 술이나 탄산음료, 커피, 홍차와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들은 입덧을 더욱 심하게 할 수 있어 피하셔야 합니다. 


8. 아침에 일어나서 속이 메스꺼우면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2~3개의 크래커나 마른 토스트 한 조각을 드시고 일어나세요. 


9. 강한 향을 가진 음식은 피하세요. 


10. 베게를 좀 높혀 누우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1. 신선한 공기를 자주 마셔서 환기를 시키세요. 자주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도움이 되고 집 안은 너무 덥지 않게 유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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