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맛있는 가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식재료 중 하나는 바로 가지다.
어릴 때 할머니집에 놀러 가면 마당에서 키우시는 여러 가지 채소들 중 늘 가지가 있었다. 가지는 더운 여름에 특히 맛있는데, 할머니 집 툇마루에 앉아 선풍기를 틀어놓고 수박을 먹으면서 심심하면 마당으로 튀어나가 가지를 따서 생으로 베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생으로 먹어도 참 달콤하고 맛있다. 가지의 알칼로이드 성분 때문인지 많이 먹다 보면 입이 조금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때는 그것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도 먹었던 것 같다.
어릴 때의 그런 좋은 기억들 덕분인지 나는 커서도 가지를 좋아했다. 학창 시절에는 가지나물을 좋아해서 할머니가 차려주시는 밥상에서도, 급식에서 나오는 것도 맛있게 먹었고 그럴 때마다 어른들의 칭찬을 받았다. '아이고 어린이가 가지나물 좋아하기 쉽지 않은데 이쁘네'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뿌듯한 마음에 더 잘 먹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성인이 된 후로는 중식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가지요리들을 먹으면서 완전히 눈이 뜨였다. '가지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가지나물밖에 몰랐던 내게 튀겨먹고 구워 먹는 가지요리는 완전히 신세계였기 때문이다.
혼자 살면서도 가지는 내 장바구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료다. 집밥을 해 먹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채소가격은 유난히 가격 편차가 심하다. 어떤 시기에는 정말 싸고, 어떤 시기에는 너무 비싸서 살 엄두도 못 낼 정도다. 가지도 가격 변동 폭이 큰 편이라 쌀 때 많이 사서 정말 잘 먹어둬야 한다.
이것저것 해 먹었던 것들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가지요리 사진이 많이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가 자취하면서 정말 많이 해 먹었던 것들 몇 가지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에그인헬 or 라따뚜이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해줬던 요리인데, 스테이크랑 샐러드가 메인 같지만 사실 에그인헬(샥슈카라고도 한다)이 메인이다. 나는 에그인헬을 만들 때 무조건 가지를 넣는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얇게 슬라이스 한 가지를 다른 채소들과 함께 볶아 넣으면 정말 조화가 좋다.
그리고 가지는 토마토소스와 정말 정말 궁합이 좋다. 비슷한 레시피로는 라따뚜이가 있는데, 가지와 애호박을 적당한 두께로 썰고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위에 뿌려 오븐에 구워 먹는 요리다.(정식 레시피는 다를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자주 해 먹었다.)
아무튼 저 에그인헬과 함께 빵을 조금 구워서 함께 곁들여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에그인헬을 자취생들이 접근하기 정말 쉬운 요리(어렵지 않지만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정말 맛있는 요리)라서, 자취 초보 때부터도 자주 해 먹었던 것 같다.
가지토스트
두 번째로는 가지토스트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해 먹었다. 이 레시피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 '유지만'님의 레시피인데, 마찬가지로 가지와 토마토소스를 사용한 토스트이다.
양파를 잘게 썰어 볶다가 시판 토마토소스와 함께 볶아 소스를 만들어주고, 그 위에 소금+후추로 구워준 가지를 올린다. 가지 한 개를 다 써도 숨이 많이 죽기 때문에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다. (내 위가 큰 걸까?ㅎㅎ)
사워도우 빵이나 베이글이나 식빵 위에 이렇게 얹어먹으면 후딱 완성할 수 있는 근사한 오픈 토스트가 된다. 마지막으로 후추 한 번 더 뿌려주면 끝!! 최고의 아침식사 메뉴이다.
가지덮밥
마지막으로 내 최애메뉴는 바로 가지덮밥이다! 보기만 해도 먹고 싶은 메뉴다.
파기름을 낸 뒤 전분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기듯이 구워준 가지를 마지막으로 간장소스에 화라락 볶아내면 완성할 수 있는 매우 매우 쉬운 요리이다. 마지막에 깨소금을 뿌려주거나, 쪽파를 고명으로 얹어먹으면 더 맛이 살아날 것이다. 평소에 혼자 먹을 때는 그렇게까지 데코레이션에 큰 신경을 안 쓸 때가 많아서, 사진도 너무 먹기 직전에 찍은 듯 하지만 맛은 정말 최고다.
내 기준 간장게장에 비길만한 밥도둑이다.
사실 아직 가지로 해 보고 싶은 요리들이 더 많다. 집에서는 기름이 튀는 이슈로 튀김을 잘 안 하게 되지만, 가지 멘보샤나 가지 튀김요리도 정말 해 보고 싶다. 가지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다.
가지 너. 진짜 가지가지한다. 고맙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