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하루에도 몇 통씩 선하의 부재중 알람이 떴지만 다시 선하에게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대충 무슨 말을 할지 짐작되었고 아직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민정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용서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작년 여름 즈음 선하는 다시 희영이의 무리가 자신을 괴롭힐까 봐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래서 종종 나에게 찾아와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다가는 것으로, 복도에 희영이 무리가 있을 때 나랑 팔짱을 끼고 지나가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했다. 그러던 선하에게 민정이는 꽤 신경 쓰이는 존재였을 거다. 선하와 얘기하는 것보다 민정이와 얘기하는 게 더 재미있고 행복하던 나는 선하가 조금씩 귀찮아졌고, 그런 무드를 선하도 오롯이 느꼈을 테니까. 민정이와 나는 인문계인 데다 선하는 자연계라 2학년이 되면 더 멀어질 게 훤히 보였을 테니까.
그때 내가 더 선하를 챙겼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내가 선하를 챙겨줬어야 하는 상황에서 나보다 오히려 민정이가 선하를 챙겼다.
그리고 그건 역효과를 가져왔다.
-
“소연아, 우리 쉬는 시간에 매점 갈래?”
“조오치”
“선하도 같이 가자.”
“엥? 선하도? 너 별로 안 친하잖아.”
“괜찮아. 선하도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눈치라서.”
“그래 뭐, 알겠어.”
- 따라라란 따라란 따라리리딴다단 -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우리는 함께 옆 반으로 가 선하를 찾았다.
“박선하! 매점 가자.”
“어? 소연아~ 그래 가자 가자.”
선하는 내가 자기를 찾아와 줬다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옆에 민정이가 함께 온 것을 의식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가끔 셋이 함께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선하와는 코드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고 대화는 겉도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뒷산에 오를 때는 언제나 민정이와 단둘이었는데 그게 선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민정아 너도 화장 좀 하고 다녀. 촌스럽게..”
“소연아 요즘은 왜 왼쪽 쌍꺼풀 안 만들어?”
“얘들아 주스 계속 마시면 진짜 살쪄. 큰일 나.”
소연이는 우리에게 외모 지적을 많이 했다. 특히 민정이에게 툭툭 내뱉는 말들은 내가 듣고 있기에도 민망할 정도였지만 민정이는 내 앞에서와 달리 선하의 말에는 큰 동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하가 민정이 머리 얘길 했고, 머리를 풀어보라며 꽁지를 툭툭 건드렸는데, 민정이 대신 내가 화를 냈다.
“민정아 너도 머리 예쁘게 좀 묶어봐. 아니면 풀던가.”
“박선하, 적당히 해라.”
“.. 어?”
“괜찮아 소연아.”
“니 머리나 신경 쓰라고.”
“... 아니.. 난 그냥 얘가 하도 촌스럽게 묶고 다니니깐”
“하.. 야 얘가 이렇게 묶든 말든. 이게 니 머리야? 어?”
-
그날 이후 우리 셋은 다시 둘과 하나가 되었다.
*
선하의 부재중 전화가 40통이 다 되어 갈 때 즈음 나는 선하에게 전화를 걸었고 우리는 그때 그 산책로에서 만났다.
“소연아 나와줘서 고마워.”
“나 다 기억나. 민정이가 죽은 것도, 내가 왜 상처를 냈는지도. 그러니까 빙빙 말 돌릴 필요 없어.”
“아.. 응. 그게...”
선하는 희영이와 다른 반이었지만 희영이의 무리에서 잔인하다고 소문난 주희와 같은 반이었다. 주희는 중학교 때 선하를 괴롭히다 나한테 호되게 당했던 친구와 절친이었고 그래서 선하에게 한 번씩 비아냥대곤 했는데 그 말은 주로 나만 없으면 진작 밟아 죽였을 거라는 소리라고 했다.
“무서웠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바보같이 그런 말을 들으니까 다시 몸이 움츠려 들더라.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힘이 쫙 빠지고 다리까지 살짝 떨리는 거야. 나 다시 중학교 때처럼 괴롭힘 당하는 건가 하고. 알지? 그때 내가 어땠는지.. 그래서 널 뺏길 수 없었어. 니 절친은 나여야만 했어. 그래서 민정이를 미워하고 싫어했어. 걔는 너 없어도 잘 지내고,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들도 좋아하고, 다른 친구들도 최소한 겉으론 친절하게 대해주는 애였잖아. 너 없어도 됐잖아. 그리고 너랑 어울리지도 않는 애였어. 난 너희가 그렇게 마음이 잘 통하고 서로한테 필요한 친구였는지 몰랐어. 미안해 진짜 몰랐어. 겉으로 보기에 걘 너무 촌스럽고 넌 예쁘고. 걔는 그냥 공부만 잘하는 그런 애였잖아. 평범한 애들도 은근히 무시하던 애였어. 진짜야. 다른 애들도 촌스럽다고 뒤에서 욕하면서 시험기간에만 친한 척 말 걸었어. 그래서 나는 우리 셋이 다니는 게 안 좋게 보일 거 같았어.”
“하... 다른 애들 우리한테 관심도 없어 선하야. 그리고... 그리고 민정이..”
“아니! 관심 많아. 넌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않는 쿨한 애인 거 알아. 근데 난 못 그래. 나도 이거 나쁜 거 아는데 잘 안 돼. 습관 같은 거야. 남의 말 신경 쓰여. 아니, 신경 써야 해. 넌 안 당해봤잖아. 걸을 때 쿵쾅거린다고 소음 측정당해봤어? 네 교복엔 다른 애들이 낙서 안 하잖아. 너 지나갈 때 발 안 걸고 물 안 뿌리잖아. 넌 이런 거 모르잖아... 소연아 근데 난 아직도 소름 끼칠 만큼 생생해. 그래서 신경 써. 좋아하는 꽈배기도 한 달에 딱 한 번 정해두고 먹고, 날마다 몸무게 재고 많이 먹은 날은 억지로 토도 해. 근데 주희가 그러는 거야. 찐따끼리 친한 거냐고. 지소연 혹시 ‘진따 자석’ 아니냐고. 주희가 툭툭 던지는 말들이 난 불안했어. 민정이랑 친해지는 게 불안했어 소연아.. 난...”
“... 하... 씨..”
“그런데 민정이가 날 위로하는 거야. 공부만 잘했지 똑같이 찐따 취급받으면서 지가 날 위로하는 거야. 내가 은근히 못생겼다고 무시할 때마다 오히려... 오히려 지가 날 위로하는 거야... 왜?... 지가 왜 날 위로해... 흑흑 지가 뭔데. 지도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후... 박선하, 민정이 예뻤어. 쌍꺼풀 있는 큰 눈에 깡마른 다리만 예쁜 거냐? 민정이 예뻤어. 자세히 안 봐서, 아무도 자세히 안 보니깐! 나만 알았지만... 민정이 예뻤단 말이야... 민정이 안 촌스러웠어. 남들 모르는 힙한 프랑스 가수 꾀고 있었어... 민정이... 민정이! 흐.. 흐흑..”
“.. 흐흑... 흑.. 알아... 미안해... 그, 근데 내... 내가 화를 냈어. 내가 촌스럽다고 하면 되려 나한테 예쁘다고 말해주는 애한테... 고마운 줄 모르고. 내가 미쳤지... 내가 화를 냈어. 너 우리한테서 좀 떨어지라고 그랬어. 너 때문에 소연이 힘들다고. 소연이가 사명감이 있어서 옛날부터 진따 같은 애들 잘 챙겼다고. 소연이가 맘이 약해서 너 챙기는 거 같은데 너 때문에 희영이네랑 소연이랑 사이 나빠진 거라고. 소연이 또 싸우고 다니게 하지 말라고. 다치게 하지 말라고 내가 그래 버렸어... 그, 근데 그러고 한 달 뒤에... 미.. 민정이가 죽은 거야.. 유민정이. 죽어버린 거야... 미안해 소연아. 나도 너만큼 힘들었어... 안 믿겠지만, 아니 안 믿어도 돼. 근데 나 진짜 민정이 그렇게 되고 매일 악몽 꾸고... 진짜 나 때문일까 봐, 내가 한 말 때문에 상처 받아서 그런 걸까 봐... 흐흐흑... 흐으...”
선하는 모든 말을 쏟아붓고 나서 엉엉 울었고, 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분명 선하가 미웠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화가 났지만 불쌍하기도 했다.
그래서 민정이와 내 사이는 그 정도 말로 흔들릴 사이가 아니었다고, 네가 한 말 따위로 민정이가 자신의 삶을 버리진 않았을 거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선하가 울도록, 눈이 팅팅 부어 내일 아침이면 그렇게 집착하는 쌍꺼풀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그냥 그렇게 울게 내버려 두었다.
*
기억이 대부분 돌아온 나는 심리치료를 그만 두기로 했지만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 병원에 들렀다.
“자, 지난주에는 무슨 일이 있었니?”
“저... 선생님, 저 이제 치료 그만한다고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으응? 왜?”
“그게... 기억이 다 났어요. 제가 슬픈 일을 겪었더라고요.”
“... 기억이 돌아왔다고?”
“네.”
“전부?”
“네. 전부요.”
“민정이 일도?”
“네... 전부요.”
“...”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럼... 그러면.. 말해주렴.”
“네?”
“제발... 조금 더 알고 싶어...”
선생님은 손을 떨었고, 상담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걸어가셨다. 선생님의 뒷모습은 어느 때 보다 축 쳐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키가 매우 컸다. 그동안 소파에 앉은 모습만 봐서 이렇게 키가 크신 분인지 몰랐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선생님은 텀블러의 브라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텀블러의 브라질 커피를.
그런데, 당신이 왜 그 텀블러를 가지고 있어? 왜 당신이...
의자에 털썩 앉아 안경을 벗은 선생님은 매우 낯이 익었고 그제야 선생님의 명패가 눈에 들어왔다.
유. 재. 하.
-
“우리 아빠가 관심 있는 건 여자 친구랑 동명이인의 노래뿐일 걸? 그럴 거면 왜 엄마랑 결혼했을까? 왜 나를 낳았을까?”
-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선생님을 바라보았는데 울고 계셨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는데 슬프기보단 괴로워 보였다.
“아저씨...”
“미안하다 소연아. 미안하다.”
“...”
“난 네가 우리 민정이 나쁜 물을 들인 줄 알았어... 학교에 찾아갔는데 선생님들이 우리 민정이가 조금 문제가 있는 학생과 친하게 지냈다는 거야..”
“...”
“처음엔 그저 네가 물들인 민정이의 나쁜 모습을 아빠로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어. 그게 민정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 거라 믿었으니까... 그래서 수면치료를 하면서 널 괴롭게 했다. 미안하다.. 환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런 약을 처방하면서...”
“거의 매일 만났어요. 가짜 민정이를.”
“미안하다... 내 잘못이야. 모든 게 내 잘못이더구나..”
“수면제를 줄여도 늘 몽롱했어요. 가짜 민정이를 만나고 나면 머리가 너무 아팠다고요! 왜 그랬어요? 왜!! 민정이는...”
“미안하다.. 미안해... 너를 잘 속이기 위해 트랜스 상태를 만드는 데에 학교 종소리를 이용했어. 모든 게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기억하는 민정이의 모습은 나쁘긴커녕 무척 예쁘더구나. 내가 내 딸을 너무 몰랐어...”
“아니.. 아... 아니..”
너무 말문이 막혀 화를 낼 수도 없이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선생님이, 아니 아저씨가, 아니 민정이 아버지가 무릎을 꿇었다.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미안하다고 말만 하면 다야?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 용서해다오. 아니 용서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사과 하마. 이렇게... 용서를 빈다.”
“왜요! 왜! 왜 이제야 사과하세요? 왜 저한테 사과하세요? 민정이한테 하셨어야죠. 훨씬 옛날에! 민정이가 아빠랑 찍은 사진을 프랑스 여자 포스터로 덮어버리기 전에 하셨어야죠!!! 민정이 엄마가 그렇게 되기 전에 사과했었어야죠! 정신과 의사면서 왜 몰랐어요? 왜 아저씨 가족이 아픈 건 몰랐어요? 왜? 민정이는 자기 방 좋아했어요. 아빠가 페인트칠 해준 하늘색을 좋아했다고요! 당신은 민정이가 무슨 노래 좋아하는지 알기나 해? 민정이는 샹송을 좋아했어. 그중에서도 va va vis를 지겹도록 들었어. 민정이는 알고 있었는데.. 민정이는 당신이 유재하 노래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었는 데에!”
내가 소리를 지르자 간호사가 놀라 달려왔고, 간호사에게 끌려 나가면서도 난 계속해서 고래고래 고함쳤고 아저씨 역시 끝내 무릎을 꿇고 계셨다.
*
나는 민정이를 대신해 여러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다. 심지어 엄마도 계속 사과를 했다. 집에 자주 데려와서 챙겨줘야 했다고, 밥 한 번 못 먹였다고 미안해했다.
하지만 사과를 받아야 하는 민정이는 더 이상 없었다.
민정이가 잘못된 선택을 하기 전, 민정이와 나의 마지막 추억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학교 뒷산이었다. 거창하게 1박 2일 놀러 간다거나 그렇게 가고 싶다던 바다를 간 것도 아니었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민정이의 모든 것을 난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민정이의 마지막 인사를 알아채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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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소연아 너 이제 담배 그만 피워.”
“(후-) 왜?”
“넌 가족 중에 폐암 있으면서 친구가 피워보란다고 피냐.”
“대학생 되면 끊겠지.”
“그냥 지금 끊어. 너 대학 못 가면 어떡해~ 크크”
“아씨, 야! 그래도 어딘가는 가겠지. 2년제라도...”
“헤헤 담배도 끊고, 선하도 좀 잘 챙겨주고.”
“아 걘 냅둬. 걔가 본성이 나쁜 애는 아닌데 좀 바보 같은.. 그런 게 있어. 너도 걔 말에 너무 상처 받지 말고.”
“상처는 무슨..”
“무튼! 담배는 네가 끊으면 나도 끊을게.”
“그래? 나 끊을 거야. 이제 못 피워.”
“진짜?”
“응. 마음 정했어.”
“오~ 알았어. 나도 안 필게.”
“그래! 넌 너답게 잘 살아.”
“갑자기?”
“갑자기 아니고.”
“뭔 소리야?”
“희영이 같은 애들한테 휘둘리지도 말고, 나 같은 애한테 물 들지도 말고.”
“엥? 네가 뭐 어때서.”
“내가 좀 시인 같잖아.”
“아 그건 인정. 근데 그게 왜? 멋있어.”
“우울한 거지.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았달까?”
“미친 큭큭. 애늙은이 같은 거?”
“응. 히히. 그냥 넌 밝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부모님이랑도 친하잖아? 그런 게 어울려. 모르는 것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고?”
“난 네가 젤 좋은데? 너하고도 잘 어울리는데?”
“... 고마워. 근데 난 얽매이고 싶지 않아. 그냥 그래져 버렸어.”
“뭐? 야.. 큭큭 내가 너 집착하냐? 웃긴다 너.”
“하하 아니~ 그냥 그런 게 있어. 나도 너 좋아. 눈물이 날 만큼. 아흐 춥다.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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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곱씹어 보면 민정이의 모든 말이, 한 마디 한 마디가 작별 인사였는데, 민정이의 표정이 평소와 다름없었고,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였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뒷산에 올라서, 정말이지 난 알아채지 못했다.
그날은 유독 춥고 깜깜해서, 겨울의 한가운데 서있는 듯해서, 피어오르는 게 담배연기인지 입김인지, 흘러내리는 게 눈물인지 콧물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
모든 게 기억이 난 나는 학교를 그만 두기로 했다. 이번엔 엄마도 내 의견을 받아들였다. 자퇴서를 내려고 마지막으로 학교에 들른 날, 나는 혼자 옥상에 올랐다. 내가 환각에 빠져있을 때 가짜 민정이와 자주 가던 장소엔 우습게도, 아무도 마시지 않은 자판기 커피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누가 정리를 해둔 건지 내가 그렇게 놓아둔 건지 모르겠지만 참 가지런하게 일렬로 놓여 있었다.
옥상에서는 학교 뒷산 초입이 보였는데 그곳은 여전히 쓰레기로 가득했다.
옥상에서 내려와 자퇴서를 마무리하고 엄마와 함께 학교를 걸어 나왔다.
나는 아마 학교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이자 친구이자 애늙은이이자 시인이자 아이였던, 민정이가 없는 학교에는 더 이상 내 발길이 닿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