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에 주문한 기저귀가 한 달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기저귀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물량이 지금 택배사 물류창고에 있으며, 회사에서도 그 택배를 찾지 못해 배송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아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회사에서는 미안하다며 다른 택배사를 통해 오늘 바로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다음 날, 우체국 택배를 통해 기저귀가 도착했다. 기나긴 CJ택배 파업이 종료되었지만 아직도 쇼핑몰에서는 택배 파업의 여파로 인해 배송이 늦어지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공지가 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당연히 다음날 왔던 택배가 2,3일은 기본으로 늦어지기도 하고, 잊고 있던 택배가 선물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이걸 언제 시켰더라, 생각을 하면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책을 사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택배 파업은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같은 지역이어도 옆 동네는 택배가 온다고 하여 친구에게 부탁하여 친구가 택배를 배달해 준 적도 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마음을 전한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한 번은 보성 친정집으로 택배를 보내고, 한 번은 아이 친구 집으로 택배를 보내며 책을 찾아다녔다. 너무 당연하던 일상이 파괴되니 너무 불편했다.
불편(不便) 1. 어떤 것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거북하거나 괴로움. 2.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괴로움. 3. 다른 사람과의 관계 따위가 편하지 않음.
불편했다. 코로나와 육아로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기에 식료품에서부터 책까지 모든 것을 택배에 의존했던 삶이었기에 불편했다. 하지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불만 (不滿) 마음에 흡족하지 않음.
택배노동자의 고충은 어느 정도 엿들어서 알고 있다. 나의 지인 중 한 분은 택배노동자로 일하는데,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조금만 처우를 개선해 주면 좋겠다고 나에게 조금의 속내를 이야기했을 때는 나도 조금 마음이 아팠다. 소소한 부분을 포기하며 배달원들이 일을 하는데, 택배사는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의 택배 시키는 방법이 있다. 필요한 물품들을 기록한다. 물품들이 오는 택배사를 확인한다. 같은 택배사의 제품은 같은 날 구매한다. 그러면 여러 개의 택배를 배달원이 한 번의 이동으로 배달이 가능하다. 매일 시킨다면 매일 와야 하는 걸, 한 번에 시켜 한 번만 우리 집 현관문에 오게 하는 것이다. 이게 택배노동자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나름대로의 원칙이다. 또 하나의 원칙은 택배노동자를 보면 깍듯이 인사를 한다. ‘오늘도 고생하십니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시고, 피로회복제 꼭 챙겨 드세요. 건강하세요.’라는 말을 함축하여 “안녕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끔은 엘리베이터에 택배를 싣고 계시면 조용히 그냥 계단으로 올라간다. 괜히 나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실었던 택배를 다시 빼내며 먼저 올라가라는 말을 듣는 게 미안하다. 나도 어느 정도 일상에 이 분의 도움을 받고 살기에 나도 도움을 주고 싶다. 작게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