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초아 Jun 24. 2024

뽀글 머리 소녀시대

에세이_모든 게 같을 순 없지만 3

내가 사는 동네에 20층 높이 리조트 안 별다방이 생겼다.

경치가 멋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주말엔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을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어 평일 오전이 좋겠다며 방문했다.

그 시간임에도 자리마다 사람들이 있었다. 여름엔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어디든 북적이는 우리 동네.

자리를 잡고 음료를 기다리며 바깥 경치를 바라보았다.

벽 전체가 유리로 되어있어 멀리 있는 호수와 산이 잘 보였다.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는데 할머니 네 분이 지나가셨다.

까르르 웃으며 여고생처럼 즐거워하시는 할머니들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알록달록 진분홍색, 노란 개나리색, 에메랄드빛 초록색 옷을 화려하게 입으신 모습이 마치 가수 '소녀시대'를 떠올리게 했다.

커피 하나에, 경치 하나에, 의자 하나에 감탄과 미소를 지으시는 할머니들.

"세상에 커피를 어쩜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지?"

"오메나, 저기 경치 좀 보라고. 오래 살고 볼일이네. 오래 살고 볼일이야!"

서로 손을 잡고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는 테라스로 나서면서도 이어지는 탄성.

"와~~" 행복해하시는 할머니들.

웃을 때마다 얼굴의 잔잔한 주름이 함께 미소 짓는 뽀글 머리 소녀시대.


그중 베이지색 꽃 모자, 진분홍 티셔츠, 짙은 청록색 바지를 입은 할머니는 경치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계셨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다른 할머니들이 먼저 나서도 경치에 이끌려 한참을 그렇게 서 계신 할머니.

세월의 모진 풍파 다 겪고 살아내서, 버텨서 이렇게 멋진 경치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절이 온 것을 감사하며 감탄하며 그렇게도 기뻐하시던 할머니.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나이는 들어도 마음만은 소녀시대.

할머니들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할머니께서 바라 본 풍경.
작가의 이전글 여행의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