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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아 Oct 07. 2024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당신에게

에세이_봄은 따로 오지 않는다 31

밤이 깊었는데도,

내일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쌓였는데도,

이불을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한다.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당신이 뭐라고

왜 나의 잠을 방해하는 건지 야속하다.


그날의 따스한 눈빛은

당신이 늘 가지고 있는 친절함인지

나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러했는지 묻고 싶다.

 

나의 이름을 물어봐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알릴 기회조차 주지 않고 미소만 남기고 떠났다.

 

그래서 하루 종일 노래를 들었다.

내가 지금 당신이 생각나는 건,

조금 보고픈 마음이 큰 건,

우연히 만날까 봐 평소보다 오래 거리를 거닐은 건,

밥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건,

울다, 웃다, 멍하다 하루를 낭비한 건,

이름이라도 알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치겠는 건,

모두 지금 듣고 있는 이별 노래 때문이라고.

 

그것뿐이라고 말이다.

 

당신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당신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도 딱 나만큼 나를 보고 싶어 했으면.

 

한동안 많이 생각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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