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들 만두의 수영 훈련 기록
만두 선수반으로 옮긴 후 첫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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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장난하나.
여자 친구들 두 명이랑 함께 하는데, 이건 뭐 동네 수영장에서(친구들아 미안하다...;;;) 찰방거리는 수준... 선수팀이 이거야? 하고 바로 화가 났더랬다. 나한테 선수팀으로 옮긴다고 이야기하고 그냥 시간만 바꾼 것 같아서 말이다.
장애아들 수영 강습 장면은 아무래도 비장애아 수영 강습하고 많이 다르다. 수영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울음소리도 비일비재... 갑자기 밖으로 나와서 관람석 유리창을 땅땅땅땅 때리는 것은 뭐 별 일도 아니지.
수영이라는 운동이 워낙 굉장히 지루하다. 팀플이 아니라서 철저하게 자기와의 싸움이다.
안 그래도 매번 힘들어하는데, 이번에 선수반으로 옮기면 비등비등한 실력의 친구들과 겨루면서 재밌게 운동하겠지 하고 기대했었다.
나는 얘 50미터 기록도 모르고(물론 내가 잰 기록도 있지만, 이런 건 코치가 매번 세심하게 재고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다른 열 살, 초등학교 선수들 실력도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그리고 장애인 수영 종목이 지체 장애하고 우리 만두와 같은 발달 장애로 나뉘는데.... 아, 몰라. 여하튼 화가 나서 카톡을 남겼다. 전화 달라고.
통화했다.
선수반이라고 해도 장애인 팀은 상황이 안 좋다. 어디를 가나 그럴 것이다. 만두는 지금 경기도 의정부 팀에 소속이 되어 운동하고 있는데 사실 이 팀은 전문 엘리트 선수를 육성한다기보다 이 발달장애 선수들이 성장해서 나중에 사회의 일원으로 제 몫을 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둔다. 오케이.
코치님이 말씀하시기를 사실 우리 팀에서는 만두가 제일 실력이 좋다고 한다. (이 이야기 듣고 좀 실망하긴 했다....) 이미 스무 살인 친구보다 만두 기록이 더 잘 나온단다.
만두, 이 녀석 승부욕이 굉장히 강한 녀석인데, 그걸 자극할 친구가 없어서 좀 아쉽다. 시설, 프로그램... 이런 아쉬움이 아니라 주변에 함께 할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스무 살인 친구, 예전에 우리 만두랑 함께 운동했던 친구라 어머니도 잘 안다. 선수 될 실력 아니지만 여하튼 주구장창 운동 시킨 것이다. 15년을... 그리고 스무 살 성인이 되었다. 게다가 이 친구는 피아노도 매우 잘 친다. 깜짝 놀랐다. 하지만 전문 연주인은 될 실력이 아니란다. 그래도 그냥 15년을 시킨 것이다. 아이가 자폐라는 것을 알고 꾸준히 했다. 그나마 경제적인 사정이 되어 다행이었다. 학교 가봤자 숙제도 안 해가고, 연극이나 학예회는 늘 열외고, 체육 시간에도 다른 친구들 다 외운 무용도 특수반 가 있느라고 외우지 못하니 모르고... 그러니 따로 이렇게 사비 들여서 운동하고 음악한 것이다. 너무나 이해간다.
나도 다르지 않다. 그냥 목표 의식 없이 만두 운동 시켰고, 운 좋게 애가 잘 한다고는 하는데 애는 정말 수영 진절머리를 내고... 사실 그만둘까 말까 고민이 컸다. 그래서 수영장 동영상도 요즘 페북에 잘 안 올린 것이다. 마음이 안 가서...
오늘 통화 내용.
만두는 일단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쪽으로 중점적으로 훈련해서 대회를 내보내겠다고 하신다. 내가 봐도 지구력이 좋아서 장거리에 맞는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얘 어디 대회 내보내서 금메달, 은메달 따는 것 바라는 것 아니다. 재미나게 운동하고 몸 건강하고 멋있어지고... 이거면 족하다.
코치님들은 그냥 아이 대회에 경험 삼아 내보내서 4등 5등 하느니 좀 더 훈련 시키고, 말하자면 아이돌 데뷔하는 것처럼 바로 순위권 들어서 관계자들에게 어? 얘 누구야? 이렇게 만드는 것이 전략이라고 한다.
좋다. 그냥 이 팀을 믿고 이번 2024년 초반 시즌 보려고 한다. 이게 오늘 결론이다.
우리 혜성이를 많이 많이 사랑하시는 활동 지원 선생님은 그냥 자폐라고 말하지 말고 일반 수영팀 보내보면 어떻겠냐고 하신다. 내가 잰 기록으로 보면 일반 초딩 수영팀 고학년 선수랑 기록이 맞먹기는 한다. 사실 체격은 비장애 친구들하고 견주어도 아쉽지 않다. 그래서 나도 그게 너무 아까워서 서울쪽 수영팀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전화했는데.... 자폐라고 하면 바로 반응이 안 좋다. '피해'가 갈 것 같단다. 피해... ㅠㅠ 이해한다.
주말에는 만두가 야구를 하는데, 우리 어머님이 혜성이 자폐 말 안하고 숨기고 그냥 리틀야구단에 들여보냈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지금까지 잘 적응하면서 야구하고 있다. 친구들하고 말을 어떻게 나누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진짜 신기하다. 어머님의 그 무대뽀 정신도 존경스럽다.
수영을 다섯 살부터 시작했다. 이제 운동을 그만 두기에는 정말 너무 아까운 상황. 피지컬도 사실 너무 아깝다. 또래에 비해 그냥 서장훈임.
코치님도 그렇고 주변에서는 만두한테 조금 욕심 부리셔도 된다고는 하는데 아이가 또래에 비해서 어느 정도 실력인지도 모르는 상황. 사실 다들 나한테 거짓말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속고만 살았나.
아이가 재미있어 하면 모르겠는데, 너무 무료해하고...
수영장에만 집어 넣으면 펄펄 날르는데...
일단 올해도 이 팀과 함께 열심히 운동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