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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실감하는 법

현재에 머무르기 5

by 초초야

2024년 8월, 서울


“나의 '실감'에는 '시차'가 있다. 여행지가 멀고 경비가 비쌀수록, 눈앞 풍경이 로드뷰처럼 느껴졌다. 한국에 돌아와 사진을 몇 번 넘기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그 곳에 있었다’는 게 실감났다…중략. 이번 여행에서는 시차를 줄이고, 모든 순간을 선명하게 실감하고 싶다. - 2024년 2월”


그로부터 6개월. 태국, 베트남, 제주, 몽골을 다녀왔다. 나는 과연 시차를 줄이고, 현재를 실감하는 데 성공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하진 않지만 성공이다. 적어도 제주와 몽골에서만큼은.


일단 한 도시에 오래 머물며 흐름에 몸을 맡겼다. 제주에선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을, 몽골에서는 가이드를 따라 움직였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었다. 그럴 땐 지도를 열어 내 위치를 확인하고, 눈앞 풍경에 다시 집중했다.


자연 가까이에 머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제주에선 바닷가에, 몽골에선 초원에 머물렀다. 도시에는 감각을 흩트리는 자극이 많았지만, 자연 속에선 그저 열고 느끼면 됐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었다.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일정은 여유로웠고, 자연 가까이에 있었지만, 현재를 느끼지 못했다. 비어 있던 마음이 어디에도 머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안은 나를 미래로 내몰았고, 후회는 과거로 끌어당겼다.


그 후로 매일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활자가 들고나는 사이, 불안과 후가 서서히 옅어졌고, 그 자리에 내가 차올랐다. 이제는 알 것 같다. 현재를 실감한다는 게 무엇인지.


초초야 인스타그램

@chocho_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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