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까지 이어지는
여행을 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다른 기후, 낯선 주거 환경, 새로운 음식과 언어, 처음 만나는 사람들까지. 적응하는 과정에서 내 안에 숨겨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곤 하죠.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많아 발견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모습은 세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씩씩한 나입니다. 평소에도 씩씩한 편이지만, 여행 때는 활기 넘치게 씩씩한데요.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혼자 여행을 갈 때는 이런 모습이 더욱 두드러지죠. 저는 이런 저의 씩씩한 모습이 좋습니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 된 것 같으면서도, 성장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거든요.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유럽 가기, 미국 1달 여행 등 장기 여행을 씩씩하게 다녀오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특히 혼자 유럽여행을 했을 때는 독립성과 주체성을 느끼며 매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제 마음대로 하루를 꾸려 갈 수 있는 주체성 때문이고요. 씩씩함은 여행이 끝나고도 이어진 것 같아요. 이후 취업과 사회생활, 그리고 퇴사까지. 혼자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의식 중에 생겨버린 거죠.
두 번째는 사교적인 나입니다. 학교나 회사에서의 사교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 국적, 인종의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기는데요. 목적을 가진 사교가 아닌, 어린아이가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듯 맺어지는 관계들이었습니다. 특별한 의도 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편안하고 즐거웠죠.
특히 혼자 유럽 여행을 했을 때,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고 친해지는 제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좋은 인연으로 남았고, 덕분에 저 또한 좋은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꼈으니까요. 물론 한국에 돌아와서도 길에서 우연히 대화를 시작했다가 "도를 아십니까?"나 사이비 종교에 얽히면서 다시 경계심을 갖게 되었지만요.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은 용기입니다. 여행 중 낯선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점점 열린 마음이 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열린 마음은 용기를 얻는 데 큰 도움을 주는데요.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거나 외국어를 자신 있게 사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물리적 도전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몇 년 전 보스턴을 여행했을 때, 공유자전거를 빌려 친구들과 시내를 가로지른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 이후 10년 만에 자전거를 타는 데다 해외라 더 떨렸는데요. 특히 매사추세츠에서 다리를 건너 보스턴 시내로 갈 때, 자전거 도로가 차도 가장자리라 퇴근 시간 차량들 때문에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 본 노을과 보스턴 시내 풍경은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 한국에 돌아와서 따릉이를 타기 시작했어요. 비록 그동안 몇 번 넘어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 다리처럼 자전거를 편안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듯 여행에서 얻은 용기는 일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해 초 푸껫에서 처음 타본 스쿠터는 예외였는데요. 스쿠터를 타며 본 푸껫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시동을 걸다 넘어진 뒤로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하네요. 다음 여행에서는 용기는 내되, 무모하지 않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모습은 무엇인가요? 여행에서 발견한 새로운 모습이 일상까지 이어진 경험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