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우 Jan 07. 2023

아유 참 택배 할 것 같이 안 생겼네~

인상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다 자기가 잘생겼거나, 훈훈하거나 최소한 보통은 되는 줄 안다는 우스갯소리를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철저히 자기 객관화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 친구들 말을 빌리면 남자들은 워낙 꾸미는 사람이 없어서 키가 크고 피부만 깨끗해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쉽게 듣는다고 한다.

내가 봐도 그렇다.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나도 키가 작지 않은 편이고 피부에 잡티가 없다 보니 정말 평범한데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편이다.

어릴 때 여드름이 있고 안경을 꼈을 때는 한 번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여자에게도 인기가 없고, 이성 교제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피부가 깨끗해지고 안경을 벗자 카페 알바를 하면서 누가 줬는지 모를 고백 쪽지를 받는다거나, 스피닝 강사를 할 때 20대 회원들에게 고백을 받는 등의 기적 같은 일들이 있었고,

당시 안 좋은 상황 때문에 헤어졌지만 고맙게도 좋은 여자친구와 행복한 연애도 할 수 있었다.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택배를 하면서도 고마운 호의를 많이 받았다.

비슷한 동년배로 보여 친근함을 느낀 건지 학교 안에서는 음료수와 간식을 건네는 학생들도 있었고 학교 밖 일반 가정집에서도 택배를 배달할 때 음료수를 건네며 잘생긴 총각이라며 덕담을 해주시는 좋은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간혹 한 분이 항상 해주시는 말씀이 마음속에 남았다.


“아유 참 택배 할 것 같이 안 생겼네, 부업으로 하는 거야?”

기분이 좋다가도 '기분이 좋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말이었다

이게 칭찬이라면 내 직업에 대한 비하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여하튼 복잡한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칭찬이었는데 택배를 하면서 한 아주머니에게 그 말을 자주 들었다.

심지어 같은 동료들 중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돈이 급해서 잠깐 하는 거지? 평생 할 건 아니지?”

그런 소릴 들었을 때에는 내가 20대고 나이가 어려서 그러시나 보다 했는데, 이런 말이 몇 번 반복되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 고민을 들은 친구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냥 호의로 하는 얘기잖아.

그러면 잘생긴 의사한테 의사 안 할 것 같이 생겼다고 해도 비하냐?

택배 기사들이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고 밖에서 일하다 보니 피부가 햇볕에 노출되잖아.

그러니 전반적으로 뽀얗게 생긴 사람이 없는 건 사실이고, 그래서 그냥 칭찬으로 말한 거야.”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이참에 차라리 택배기사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웃는 모습으로 열심히 일해서 ‘택배 기사들은 정말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주면 된다.

그리고 혹시나 “택배 할 것 같이 안 생겼네”라는 말을 들으면 당당하게 말씀드리면 된다.

“저 택배 잘하게 생기지 않았어요?”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써요.

요새 새로운 사업과 유튜브 영상제작에 집중하느라 '택배기사 에세이'를 쓰는 것이 많이 늦어졌어요

'택배기사 에세이'는 현재 시점에서 쓴 게 아니라

택배기사를 그만두고 썼던 과거의 글을 브런치에 올린 거예요

많은 택배기사분들이 연락도 주시고 공감이 간다는 메시지도 많이 주셨는데요,

혹시 필요하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작가에게 제안하기"에 메시지를 써주시면

제가 매일 확인하니 답장하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여러분의 가장 성공적인 2023년을 기원할게요

감사합니다୧( “̮ )୨


매거진의 이전글 한 달만에 조회 수 '24만'을 달성한 택배기사에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