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자들은 다 자기가 잘생겼거나, 훈훈하거나 최소한 보통은 되는 줄 안다는 우스갯소리를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철저히 자기 객관화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 친구들 말을 빌리면 남자들은 워낙 꾸미는 사람이 없어서 키가 크고 피부만 깨끗해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쉽게 듣는다고 한다.
내가 봐도 그렇다.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나도 키가 작지 않은 편이고 피부에 잡티가 없다 보니 정말 평범한데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편이다.
어릴 때 여드름이 있고 안경을 꼈을 때는 한 번도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여자에게도 인기가 없고, 이성 교제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피부가 깨끗해지고 안경을 벗자 카페 알바를 하면서 누가 줬는지 모를 고백 쪽지를 받는다거나, 스피닝 강사를 할 때 20대 회원들에게 고백을 받는 등의 기적 같은 일들이 있었고,
당시 안 좋은 상황 때문에 헤어졌지만 고맙게도 좋은 여자친구와 행복한 연애도 할 수 있었다.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택배를 하면서도 고마운 호의를 많이 받았다.
비슷한 동년배로 보여 친근함을 느낀 건지 학교 안에서는 음료수와 간식을 건네는 학생들도 있었고 학교 밖 일반 가정집에서도 택배를 배달할 때 음료수를 건네며 잘생긴 총각이라며 덕담을 해주시는 좋은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간혹 한 분이 항상 해주시는 말씀이 마음속에 남았다.
“아유 참 택배 할 것 같이 안 생겼네, 부업으로 하는 거야?”
기분이 좋다가도 '기분이 좋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말이었다
이게 칭찬이라면 내 직업에 대한 비하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여하튼 복잡한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칭찬이었는데 택배를 하면서 한 아주머니에게 그 말을 자주 들었다.
심지어 같은 동료들 중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돈이 급해서 잠깐 하는 거지? 평생 할 건 아니지?”
그런 소릴 들었을 때에는 내가 20대고 나이가 어려서 그러시나 보다 했는데, 이런 말이 몇 번 반복되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 고민을 들은 친구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냥 호의로 하는 얘기잖아.
그러면 잘생긴 의사한테 의사 안 할 것 같이 생겼다고 해도 비하냐?
택배 기사들이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고 밖에서 일하다 보니 피부가 햇볕에 노출되잖아.
그러니 전반적으로 뽀얗게 생긴 사람이 없는 건 사실이고, 그래서 그냥 칭찬으로 말한 거야.”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나는 이참에 차라리 택배기사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웃는 모습으로 열심히 일해서 ‘택배 기사들은 정말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사람들이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주면 된다.
그리고 혹시나 “택배 할 것 같이 안 생겼네”라는 말을 들으면 당당하게 말씀드리면 된다.
“저 택배 잘하게 생기지 않았어요?”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써요.
요새 새로운 사업과 유튜브 영상제작에 집중하느라 '택배기사 에세이'를 쓰는 것이 많이 늦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