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서는 정말 소수의 영어 유치원을 제외하고는, 놀이식이라고 말하는 영어 유치원조차 6세 이후부터는 너 나 할 것 없이 학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진도는 가차 없이 나가는데 아이는 따라가지 못한다. 숙제는 늘어만 가고 시험도 매일 있다. 결국 아이들은 또다시 과외를 시작한다.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시작한 과외는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서도 계속된다.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은 끝이 없다.
지인 중에는 아이가 6살이 되던 해에 놀이식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가, 채 3개월을 못 채우고 이전에 다니던 놀이학교로 옮겼다. 이유를 물으니 놀이식 영어 유치원이라 해서 보냈던 곳이 앞서 말했듯 실제로는 놀이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놀이식인 척했던’ 유치원에서는 매일같이 시험을 봤고, 아이는 매일 같이 틀렸다. 심지어는 알파벳도 잘 모르는 아이에게 5 문장의 작문을 해오라고 숙제가 나왔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던 엄마는 유치원에 전화를 했고, 유치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아이가 과외를 안 해서 따라갈 수 없는 거예요. 과외를 시키세요. 영어 유치원에 다니며 과외를 안 하는 아이는 거의 없어요.”
영어를 배우기 위해 들어간 영어 학원(영어 유치원)에서, 영어 과외를 시키라고 말하는 것은 ‘직무 유기’ 아닌가?그러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수밖에 없듯, 그 아이와 엄마는 영어 유치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놀이식으로 알려진 영어 유치원이 이 정도인데, 앞서 언급한 학습식으로 유명한 영어 유치원은 어느 정도일까? 하루는 학습식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를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아요?” 고맙게도 그 엄마는 그래도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당연히 힘들어하죠. 안 힘들 수가 있어요?”. 그래도 본인은 아이에게 하루 종일 공부만 시키고 싶지는 않아 숙제의 반만 해서 보낸다고도 했다. 그렇게 해도 영어 유치원이 끝나고 노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라고.
그나마 전업주부인 엄마들은 처음에는 직접 아이들의 숙제를 봐준다. 그러나 점점 양이 많아지고 아이와 부딪힐 일이 많아지면, 어느새 과외 교사를 찾게 된다. 일하는 엄마들의 상황은 더욱 힘들다. 어떤 엄마는 퇴근하고 돌아와 2시간 내내 숙제만 봐주다 아이를 재우는 날도 허다하다 했다. 엄마가 퇴근하고 함께 놀 시간만을 기다렸을 어린아이에게, 그 2시간은 너무 가혹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일하는 엄마들도 점차 과외 교사를 찾는다.
많은 영어 유치원에서 과외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진도를 빼고, 많은 숙제를 내고, 어려운 테스트를 본다. 일각에서는 영어 유치원이 이렇게 많은 숙제를 내는 것이 책임 면피용이라고도 말한다. 댁의 아이가 실력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다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유를 막론하고, 나이가 많든 적든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은 찬성하지 않는 편이다. 학원의 수업 내용을 정상적으로 이해하고 따라가기가 벅차서 과외를 해야 할 정도라면, 학원을 옮기는 것이 더 정상적인 대응 방법이 아닐까? 특히나 아이가 고작 6, 7세인 어린아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학습식 영어 유치원 7세 3년 차의 하루 숙제 양, 최소 2시간 분량> 영어 작문하기 교재 문제 풀기 3p 영어 일기 쓰기 책 읽고 독후감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