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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Dec 17. 2022

육아는 종교나 정치보다 예민하므로

이 글을 쓰면서 고민이 많았다.

내가 마치 금기어를 내뱉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엄마들에게 육아관과 교육관은 마치 종교관이나 정치색과 같다. 굉장히 민감하고도 예민한 것이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그래서 아무리 친한 사이어도 육아 방식이나 교육 방법에 훈수나 조언을 두는 것은 서로 실례라고 생각한다.      


사실 부모들은 저마다 아이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갖은 채 키운다. 그 방법과 과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마음만은 모두 같다. 그래서 더욱더 타인의 조언이나 충고가 불쾌할 수 있음을 안다. 마치 나의 사랑을 부정하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또한 의도가 선했다고 언제나 결과까지 좋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교육자로서, 엄마로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물론 나는 결코 이곳의 육아 방식이나 교육 방식에 잘못된 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글에도 적었듯, 분명 장점도 배울 점도 많은 곳이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의 영유아기를, 책상에만 앉아 흘려보내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시기를 마음껏, 온전히 누릴 권리가 있다.     


동화책 『돼지꿈』에는 학교와 학원에 지친 한 아이가 나온다. 그리고 아이의 꿈은 ‘돼지’이다. 그 이유는 마음껏 놀고 싶어서. 분명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열심히 돈을 벌어 학교도 학원도 보내 놨는데, 꿈이 ‘돼지’라니. 그러다 아이는 갑자기 돼지가 되지만, 놀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하지만 아빠와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난 후 아이는 말한다. “정말 행복했다.”     

책 속의 아이는 사실 돼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돼지가 되어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는 지금 행복하지 않으므로.      


그래서 나는 압구정의 엄마들에게, 이 시대의 모든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아이들은 지금, 여기서, 충분히 행복한가요? 혹시 당신의 아이도 돼지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나요?      


아이들은 아이라서, 행복해야 한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누려 마땅한 존재들이다. 그러니 모든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영원하지 않으므로.   

    

모든 부모는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부모는 아이를 선택했으나,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으므로, 부모는 부모가 되는 순간부터 아이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현재의 ‘행복’으로 귀결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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