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은 후로 오래도록 고민했다. 그래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내 육아의 종착점은 어디여야 하는가. 그러던 중 내 머리를 끄덕이게 만든 글귀가 하나 있었다.
우리가 결국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는 불변의 유산은 ‘뿌리와 날개’이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에게 단단한 뿌리와 날 수 있는 날개를 남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내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아이의 마음속에 뿌리를 심어주는 것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의지를 심어주는 것, 아이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가 어릴수록 뿌리에 집중한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안정감과 애착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뿌리가 채 깊어지기도 전에,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려 노력한다. 누구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았으면 하는 마음에 자꾸만 자꾸만 날개를 키워간다. 그런데 정작 날개의 주인은 날 생각이 없고, 부모의 기대, 희망, 허영심 같은 것들이 자꾸만 붙어 날개를 무겁게 한다.
하지만 잘 날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날겠다는 의지와 제 몸에 적당한 날개일 뿐이다. 반드시 높이, 멀리 날 필요도 없다. 저마다 원하는 곳으로, 원하는 높이에서 날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인생은 목적지가 같은 결승점을 향해 다 같이 달려가는 그런 경주가 아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각기 다른 저만의 날개를 가지고, 각기 다른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면 된다. 그러다 길에 잘못 들어서거나 너무 지치고 힘이 들거든,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충분히 깊게 뿌리’를 내린 한 곳만 있으면 된다. 아이에겐 그거면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언제나 말해주고 싶다. 나의 아이야,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거든 언제든 훨훨 날아가렴. 그러다 힘들거나 지치면 언제든 돌아와서 쉬어가도 된단다.
그래서 내 육아의 종착점은 언제 어디서든 같다. 아이가 스스로 행복한 삶을 찾도록 응원할 것, 그리고 동시에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할 것.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