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아리 Feb 17. 2023

5살의 마음속에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는 어른은 없다


아이와 손을 잡고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아이가 갑자기 어! 하며 멈춘다. 내 손을 놓고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데!”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반쯤 태운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다. 5살은 이제 막 사회질서, 규범, 규칙 등을 배우는 나이다.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것.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것 등.


지극히 당연하고도 옳은 사회 규칙이 어겨진 상황에 아이는 몹시 당황해 보였다.


나는 재빨리 “그러게 바닥에 버리면 안 되는데! 엄마가 나중에 쓰레기 버린 사람 보면 혼내줘야겠다!”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자 아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혹시 실수로 떨어뜨린 건 아닐까?


아직은 아이의 마음속에 일부러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는 어른은 없나 보다.


담배꽁초를, 그것도 반이나 핀 것을, 실수로 떨어뜨렸을 리 없건만, 나는 아이의 말간 눈을 보며 차마 아니라고 말하기가 미안했다. “그런가 보다. 누가 실수로 떨어뜨렸나 봐! 우리는 실수로도 길거리에 쓰레기 떨어뜨리지 말자.”라고 대답해 주었다.


이제 막 사회의 규칙과 규범을 배워가는 햇병아리 같은 5살 아기에게, 차마 이렇게 당연한 것을 지키지 않는 다 큰 어른이 존재한다고 말하기가 부끄럽고 또 미안했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초등학교 때 배운 것의 복습이라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아주 어려서 배운 가장 쉬운 것을 떠올리면 된다.


그러니 우리,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말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아빠가 싸우면 5살 6살 남매는 누구 편을 들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