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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Apr 25. 2023

1학년이 선생님을 부르는 100가지 이유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체육시간

1. 1학년은 수업 중에 화장실이 자주 가고 싶다. 쉬는 시간엔 분명 괜찮았는데 꼭 수업시간만 되면 소변이 급해진다. “선생님 지금 화장실 가도 되나요?”


2. 1학년은 자주 배가 아파서 우유가 먹기 싫다. 하지만 급식시간이 되면 아프던 배는 안 아파진다. “선생님 우유 안 먹어도 되나요?”


3. 1학년은 우유를 스스로 여는 것이 힘든데, 선생님이 누군가의 우유를 열어주면 더욱 힘들어진다. “선생님 저도 우유 열어주세요!”


4. 1학년은 수업 시간표와 상관없이 자주 놀고 싶다. 그래서 체육과 전혀 상관없는 수학시간에도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체육 수업은 언제 해요? “


5. 1학년은 3교시 정도가 되면 배가 많이 고프다. 아직 수업이 2교시나 더 남았지만 물어본다. “선생님 지금 급식실 가면 안 돼요?”(응 물론 안되지..)


6. 1학년은 손가락이 자주 다친다. 친구와 살짝만 부딪혀도 아픈데, 선생님이 봐주면 오히려 더 아파져서 눈물까지 난다. “선생님 보건실 가도 돼요?”


7. 1학년은 급식 시간에 나오는 모든 후식은 스스로 열기가 힘들 것 같다. 물론 스스로 열어보려고 시도하지는  않았다. ”선생님 이 주스 뚜껑 열어주세요! “


8. 오늘 펼쳐야 하는 교과서 페이지를 5초 전에 알려줬지만 금방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하고 교과서 페이지를 펴는데만 1분이 걸린다. “선생님 몇 쪽이에요?”


9. 다 한 사람은 책 읽으며 기다려달라고 선생님이 방금 전에 말했지만 나는 선생님께 알려야만 한다. “선생님 다했어요!”


10. 친구한테 섭섭한 일이 너무 많다. 그러나 선생님께 말하고 나면 1분 뒤면 까먹고 둘이 손잡고 있다. “선생님 얘가 밀었어요!”


이외에도 하루에 우리 반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횟수를 모두 세어보면, 적어도 100번은 넘는다고 확신한다.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을 향한 부름은 멈추지 않는다.


1학년 아이들은 참으로 다양한 순간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선생님을 부른다. 만약 아이를 키우기 전이었다면, 우리 반 아이들이 이해가지 않는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인 건지 고작 이 아이들과 2살 차이 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너무나도 이 상황이 익숙하고 당연하다.


오늘도 나는 “선생님!”이라는 외침을 100번 들으러 즐겁게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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