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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May 05. 2023

1학년 선생님이 준비한 어린이날 선물

Q. 어떤 쿠폰이 가장 인기가 많았을까요?


우리 집 꼬맹이들이 이제 곧 어린이날이라며 며칠 전부터 들떠있다. 그날은 유치원에서 뭘 먹고, 뭘 하고, 뭘 받는다며 내내 조잘거린다.


사실 나는 어린이날을 거하게 챙기는 선생님은 아니었다. 한두 시간 영화를 보거나 간식을 나눠먹고 간단히 끝내는 편이었다.(고학년 담임을 주로 맡아서 그런 것도 있다.) 그러나 이번엔 왠지 그냥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초등학생이라지만 우리 큰 아이와 고작 2살 차이 나는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조금은 특별한 어린이날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부랴부랴 준비한 어린이날 일정은!


1. 자유체육시간 :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인 체육, 그것도 자유체육! 이미 며칠 전부터 예고한 터라 아침부터 언제 나가냐고 졸랐다.


2. 교실 보물찾기 : 교실 곳곳에 숨겨놓은 쪽지를 찾아와서 칠판에 쓰고, 모두 합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면 완성! 선물은 선생님이 준비한 간식 꾸러미!


3. 꽝 없는 뽑기(위 사진 참고) : 가장 야심 차게 준비하고, 유효기간도 길게 적어놓았는데, 정작 반 이상이 그날 쓰고 갔다. 참을성 없는 1학년 녀석들,,


4. 어린이날 역사 교육 : 생각보다 아이들이 어린이날의 역사와 의미를 열심히 들었다. 예전에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일을 시켜 못하는 어린이도 많았다고 알려주었다.(열심히 공부하자!)


5. 어린이 퀴즈대회 : 넌센스 퀴즈로, 가장 예쁜 개는 “무지개”같은 퀴즈였다. 맞출 때마다 사탕 한 개 증정!


6. 영화 관람 : 약간은 시시한 내용의 짧은 교육 영화를 봤는데 학교에서 불을 끄고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을 신나게 했다.


7. 간식 먹기 : 역시나 먹을 것이 가장 좋을 나이, 1학년은 우유와 함께 먹는 간식이라고 하니 우유를 안 먹던 아이도 맛있게 먹어서 좋았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오늘 재밌었냐고 물으니 아이들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재밌었다고 답하며 나가는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도 뿌듯함이 아닌 안도감이 느껴진다.

모두가 행복한 어린이날이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그제야 우리 집 아이들이 보냈을 어린이날 파티가 궁금하다. 며칠 내내 기대했던 만큼, 나의 아이들도 충분히 행복한 어린이날이 되었길.


모든 어린이들이 어린이날만큼은 행복한 하루를 보내길, 1학년 선생님은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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