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학년과 중학년 위주로 담임을 했었다. 저학년, 그것도 1학년 담임은 처음인지라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다.
교사들이 말하는 저학년의 힘든 점은, 결국 아직 유아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의 특성으로 인한 것들이다. 실제로 우리 반 아이들은 하루종일 선생님을 찾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어야 한다.(수업 시작하기 전 모두가 교과서를 피는 것부터 3분은 걸린다.)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고 선생님에게 이르며, 1학년이 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우는 아이들이 있다.
그럼에도 1학년 담임을 한지, 4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나는 내년에도 1학년 담임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8살만이 가지고 있는 그 “티 없음” 때문이다.
얼마 전 학교에서 대운동회가 열렸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교생이 모여 운동회 시작 전 체조와 간단한 몸풀기 게임을 했다. 체조가 시작되자 1, 2학년은 세상 열심히 체조를 따라 한다. 반면 5, 6학년 아이들은 손만 까딱거릴 뿐 누구 하나 반응이 없다. 나는 5, 6학년 아이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인 그 시기에 비슷한 마음가짐과 행동을 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교실에서도 비슷해진다. 모두가 웃으며 즐거운 수업,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은 사실상 고학년에서 꽤나 힘들다.
12살 즈음이 되면, 아이들은 참 복잡해진다. 그리고 그 복잡함이 얽히고설킨다. 담임교사는 그 실타래를 잘 풀어주어야만 한다. 닫혀있거나, 잘 보이지 않거나, 혹은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을 조심스레 열어 어루만져주고 달래주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의 유대감이 생기고, 마음이 깊어지고 애틋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8살은 다르다. 슬프면 울고, 화나면 소리 지르고, 삐지면 뾰로통하다. 선생님이 필요하면 언제나 손을 들고 나를 부른다. 마음을 애써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고, 어쩌다 숨기려 노력해도 감춰지지 않는다.
가끔은 이게 재미있나(?) 싶은 수업에도 어찌나 재미있게 참여하는지,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의 재미없는 장난에도 까르르 웃어주고, 살짝 닿는 나의 손길에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마치 내가 ‘아이들의 개그맨’이 된 기분이다.
나는 이렇게 맑다 못해 투명해서, 속이 다 보이는 1학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