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나쁜 어린이도 착한 어떤 어른보다 낫다.”
아이들을 직접 기르고 가르치며 생각했다. 물론 때때로 들려오는 흉흉한 이야기들은 나의 생각을 흔들리게도 하지만, 대체로 아직은 위의 문장에 동의한다.
한 아이가 있다. 학기 초 상담에서 아이의 어머님은 아이가 너무 예민해서 힘들다고, 집에서도 가족들과의 사이가 너무 안 좋다고 고민을 털어놓으셨다.
며칠 뒤인가 우리 반 한 아이가 우유를 온 교실에 쏟았다. 우유는 자리에 앉아서 먹으라는 나의 지도를 무시한 결과였다. 1학년답게 소리를 지르고, 나에게 달려와 이르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한 아이가 얼른 사물함에 가서 자기 휴지를 가져온다. 바로 그 예민하다던 아이. 그 아이는 내가 시킨 적도 없건만, 우유를 쏟은 아이의 자리를 닦고 또 닦는다. 예민한 아이의 반전 모습이다.
물론 집에서와 학교에서의 모습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 하지만 중요한 것은 친구가 우유를 쏟자 쏜살같이 휴지를 뽑아와 묵묵히 닦던 그 모습은, 결코 변하지 않는 그 아이의 본모습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아이가 있다. 똑똑하고 야무지지만 내성적인 아이라 주변의 친구나 상황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은 아이였다. 하루는 늘 아이들보다 20분은 일찍 출근하여 앉아있는 교실에, 그 아이가 들어온다. 오늘따라 일찍 온 것인지, 나와 잠깐의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는다. 그러더니 다시 일어나, 대뜸 텅 빈 교실에서 친구들의 책상 줄을 하나하나 맞춰준다.
깜짝 놀란 나는 아이에게 갑자기 왜 줄을 맞추냐 물으니, 그냥 웃을 뿐 대답이 없다. 유난히 일찍 학교에 온 그날, 아이의 눈에는 삐뚤삐뚤한 책상에 앉을 친구들이 염려되었던 것일까.
1학년 아이들과 생활을 하다 보면, 신기한 순간들이 많다. 다 큰 아이들이라면, 어른이라면, 내 일이 아닌 일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묵묵히 해낼 수 있을까. 고학년 아이들을 주로 담당했던 나는,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혹은 예쁨 받으려고 하는 의식적인 행동이 아닌,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인 이런 “날 것”의 순간들이 신기하다.
“원래 이런 아이였나?”싶다가 도,
“아이들은 원래 이렇지”라고 스스로 되뇌인다.
학교는 아이들 때문에 다닐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