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화장실 문 앞에 스티커를 붙였다. 처음으로 스티커를 혼자 떼서 혼자 붙인 것이다. 그리고는 혼자 흐뭇해하며 행복하게 스티커를 쳐다보며 옹알거렸다. 분명 새하얀 화장실 문 앞에 알록달록한 스티커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오래도록 뗄 수 없었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알록달록하고 정신없는 아기가 있는 집들이 이해가 안 갔다. 특히 곳곳에 붙은 스티커와 캐릭터 가득한 장난감들이 그랬다. '왜 곳곳에 붙은 스티커를 그냥 두는 거지?' '요즘엔 우드톤의 예쁜 장난감도 많던데 왜 이렇게 알록달록한 장난감만 사지?'
그리고 나는 아이를 낳아도 절대 캐릭터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장난감은 들이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아이가 사는 집이라는 핑계로 시대에 뒤떨어진 엄마가 되지 않겠다며. 너저분한 스티커 따위는 바로바로 버리겠다며.
그런데 아기를 낳고 보니, 대부분의 엄마는 귀찮아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 집이 알록달록하게 되도록 두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곳곳에 붙은 스티커 하나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뗄 수가 없다. 그 스티커 하나를 붙이기 위해 들였던 아이의 노력을 알기에. 그래서 화장실 앞에 덩그러니 붙은 자동차 스티커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그 스티커를 붙이던 조그마한 아이의 손과 몸짓이 귀해서.
알록달록한 캐릭터를 보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면 우드톤의 장난감은 머릿속에서 잊은 지 오래다. 행복해하는 웃음을 한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장난감을 내가 먼저 사주고 싶은 마음을 누를 길이 없다. 더불어 색깔 공부까지 하니 일석이조다.
그래서 나는 sns 속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모델하우스 마냥 깨끗한 집들이 부럽지가 않다. 아이의 즐거움과 맞바꾼 것 마냥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