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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하다 만난 개들
by
돌강아지
Dec 21. 2021
1. 상희
이웃 동네에 운동 갔다가 만난 상희
옥상에서 왔다
갔다 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
뭔가 아저씨 같았다.
2. 깜치
어떤 집에서 키우는 개인데 다리가 유독 긴 개다
.
너무 까매서 앞을 보고 있어도 뒤를 보고 있는 것 같다
.
처음 만났을 때는 언니랑 내가 지나가니까 따라오면서 왈왈 짖었다. 조금 겁먹고 덜덜거리며
지나왔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짖지 않고 따라왔다.
처음에 짖었던 건 관심을
받으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고 부르면 안 오고
쫓아오다가 우리가 돌아보면 멈추고
멀찍이 있다가 또 쫓아오고 그랬다
.
3. 멍군이
멍군이도 깜치처럼 짖었던 개다.
쳐다보면 더 짖을까 봐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본 적 없다가
언젠가 제대로 한
번 봤는데 꼬리를 흔들며 짖고 있었다
.
깜치처럼
자기를
봐달라고 그랬나
보다
.
손을 흔드니까 더 격렬하게 왈왈
짖으며 난리를 쳤다.
남의 집 개라서 주저하다가 한번 만져
준 적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까 더욱 난리를 치더니
머리에 손을 얹자마자 엄청 차분해졌다
.
언니는 멍군이가 명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이 뭐라고 이렇게 좋아할까.
사람 손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멍군이는 큰 매실나무 밑에 산다
.
멍군이 물그릇에 매실 하나가 퐁당 빠져 있었다
.
방아 냄새가 나서 보니 옆에 방아도 자라고 있었다
.
그리고 멍군이 냄새도 났다
.
멍군이의 멍군이 냄새
.
멍군이는 똑똑하고 눈치가 있는 개다
.
주인이 밭일하고 있으면 우리가 지나가도 눈치껏 좋아한다
.
짖거나 이리저리 뛰지 않고 꼬리만 흔든다.
또 한
번 만져주고 싶지만 남의 집? 밭?이라 들어가기 좀 그렇고 또, 멍군이가 길들까 봐 못
만져주고 있다
.
막 어리지는 않지만 어린 티가 난다.
저번에 비 오고 나서 갔더니
멍군이네 고추나무가 엄청 많이
자라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까치발을 하지 않으면 멍군이가
보이지
않는다
.
매번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지나갔는데
고추나무 때문에 가려져서
이젠 인사 시간이 짧아졌다
.
숨은 그림 찾기
: 멍군이, 매실, 애벌레, 메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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