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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하다 만난 개들

by 돌강아지

1. 상희

이웃 동네에 운동 갔다가 만난 상희

옥상에서 왔다 갔다 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뭔가 아저씨 같았다.


2. 깜치

어떤 집에서 키우는 개인데 다리가 유독 긴 개다.

너무 까매서 앞을 보고 있어도 뒤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언니랑 내가 지나가니까 따라오면서 왈왈 짖었다. 조금 겁먹고 덜덜거리며 지나왔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짖지 않고 따라왔다.

처음에 짖었던 건 관심을 받으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고 부르면 안 오고

쫓아오다가 우리가 돌아보면 멈추고

멀찍이 있다가 또 쫓아오고 그랬다.


3. 멍군이

멍군이도 깜치처럼 짖었던 개다.

쳐다보면 더 짖을까 봐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본 적 없다가

언젠가 제대로 한 번 봤는데 꼬리를 흔들며 짖고 있었다.

깜치처럼 자기를 봐달라고 그랬나 보다.

손을 흔드니까 더 격렬하게 왈왈 짖으며 난리를 쳤다.


남의 집 개라서 주저하다가 한번 만져 준 적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까 더욱 난리를 치더니

머리에 손을 얹자마자 엄청 차분해졌다.

언니는 멍군이가 명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람이 뭐라고 이렇게 좋아할까.


사람 손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멍군이는 큰 매실나무 밑에 산다.

멍군이 물그릇에 매실 하나가 퐁당 빠져 있었다.

방아 냄새가 나서 보니 옆에 방아도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멍군이 냄새도 났다.

멍군이의 멍군이 냄새.


멍군이는 똑똑하고 눈치가 있는 개다.

주인이 밭일하고 있으면 우리가 지나가도 눈치껏 좋아한다.

짖거나 이리저리 뛰지 않고 꼬리만 흔든다.

또 한 번 만져주고 싶지만 남의 집? 밭?이라 들어가기 좀 그렇고 또, 멍군이가 길들까 봐 못 만져주고 있다.


막 어리지는 않지만 어린 티가 난다.



저번에 비 오고 나서 갔더니

멍군이네 고추나무가 엄청 많이 자라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까치발을 하지 않으면 멍군이가 보이지 않는다.

매번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지나갔는데

고추나무 때문에 가려져서 이젠 인사 시간이 짧아졌다.


숨은 그림 찾기

: 멍군이, 매실, 애벌레, 메뚜기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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