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군이네 돼지감자꽃

by 돌강아지

멍군이네 집에 핀 돼지감자꽃.


해바라기처럼 키가 크고

루드베키아 같은 꽃을 피우는 돼지감자꽃 .


멍군이는 고추밭 옆에 산다.

멍군이는 매실나무 밑에 살기도 한다.

멍군이는 방아꽃 옆에 살기도 한다.

멍군이는 돼지감자꽃 옆에 살기도 한다.

멍군이는 그런 곳에 산다.


우리가 지나가면 좋아하지도, 짖지도 않는데

언젠가 주인아저씨가 옆에 있을 때 우리가 지나가니까

우리를 보고 짖었다.

조금 섭섭했다.


주인 있다고 짖나.

내가 너 어릴 때 만져주니까 엄청 좋아하더만.

컸다고 다 까먹고.

그냥 주인이 옆에 있으니까 짖는 척한 거지?

너가 짖는 애가 아닌데...




어릴 때 아빠랑 볏짚을 가지러 갔던 기억이 난다.

탈탈탈 경운기를 타고.

염소가 볏짚을 잘 먹는데 우리는 벼농사를 안 지어서

동네 이웃의 논에 가서 볏짚을 가지고 왔다.


내가 따라간다고 했는지 아빠가 따라가자고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아빠는 볏짚을 싣고 나는 벼가 베어진 자리를 밟아보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사각사각 벼 밑동이 밟히는 소리와

순하고 착한 볏짚 냄새가 좋았다.


너무 단조로워서 조금 지루했던 기억,

아빠와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았던 기억,

서로 이런저런 말은 안 해도 편했던 기억,

해가 짧아져서 날이 금세 어두워졌던 기억.


추수를 끝낸 논을 보니까 그때가 생각난다.


가을이 쓸쓸한 건 끝난 게 아니라

끝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곧 끝날 것 같은 그 느낌 때문에.


생각해보니까 아빠는 가을 같았다.


아직 맛은 덜 들었지만 햇귤을 처음 먹을 때만큼은

나무에서 직접 따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귤이라고 말하면 상큼하고

밀감이라고 말하면 부드럽고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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