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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군이네 돼지감자꽃
by
돌강아지
Dec 20. 2021
멍군이네 집에 핀 돼지감자꽃.
해바라기처럼 키가 크고
루드베키아 같은 꽃을 피우는 돼지감자꽃
.
멍군이는 고추밭 옆에 산다
.
멍군이는 매실나무 밑에 살기도 한다
.
멍군이는 방아꽃 옆에 살기도 한다
.
멍군이는 돼지감자꽃 옆에 살기도 한다
.
멍군이는 그런 곳에 산다
.
우리가 지나가면 좋아하지도, 짖지도 않는데
언젠가 주인아저씨가 옆에 있을 때 우리가 지나가니까
우리를 보고 짖었다
.
조금 섭섭했다
.
주인 있다고 짖나
.
내가 너 어릴 때 만져주니까 엄청 좋아하더만
.
컸다고 다 까먹고.
그냥 주인이 옆에 있으니까 짖는 척한 거지?
너가 짖는 애가 아닌데..
.
어릴 때 아빠랑 볏짚을 가지러 갔던 기억이 난다.
탈탈탈 경운기를 타고.
염소가 볏짚을 잘 먹는데 우리는 벼농사를 안 지어서
동네 이웃의 논에 가서 볏짚을 가지고 왔다
.
내가 따라간다고 했는지 아빠가 따라가자고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
아빠는 볏짚을 싣고 나는 벼가 베어진 자리를
밟아보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사각사각 벼 밑동이 밟히는 소리와
순하고 착한 볏짚 냄새가 좋았다
.
너무 단조로워서 조금 지루했던 기억,
아빠와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았던 기억,
서로 이런저런 말은 안 해도 편했던 기억,
해가 짧아져서 날이 금세 어두워졌던 기억
.
추수를 끝낸 논을 보니까 그때가 생각난다.
가을이 쓸쓸한 건 끝난 게 아니라
끝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
곧 끝날 것 같은 그 느낌 때문에
.
생각해보니까 아빠는 가을 같았다
.
아직 맛은 덜 들었지만 햇귤을 처음 먹을 때만큼은
나무에서 직접 따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귤이라고 말하면 상큼하고
밀감이라고 말하면 부드럽고 따뜻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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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빠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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