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by 돌강아지

요즘 암끝검은표범나비가 자주 보인다.

무궁화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아 나비를 구경했다.


그때 머리 위로 무언가 내려앉았다.

나는 혹시 나비인가 했는데 만져보니까 낙엽이었다.

무궁화나무의 낙엽.


고개를 들어 나무를 쳐다보니까 낙엽이 많이 떨어져서 거의 빈 가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봄을 몰랐다면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또 죽어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머리 위에 낙엽이 떨어지니까 어릴 때 생각이 났다.

봄에 집 뒤 들판에 쪼그리고 앉아 쑥을 캐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 무언가 내려앉았다.


"으아아 뭐야!" 하며 손을 휘저었다.

뭔가 푸드덕하며 날아갔다.

미동도 안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머리 위에

새가 앉았던 것이다!


어떤 새인지는 모르겠다.

언니가 내 머리가 새집 같아서 그렇다고 한 기억이 난다.


새도 나를 무시하나, 왜 남의 머리에 앉나... 내 머리가 그렇게 지푸라기 같나 싶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새가 머리 위에 앉으면 신기하고 좋을 텐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다.

그 뒤로는 새가 머리에 앉는 일은 없었다.

뭔가 그만큼 내가 자연과 멀어진 것 같기도 하다.


아 잠자리는 한번 팔에 앉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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