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죽어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by
돌강아지
Dec 20. 2021
요즘 암끝검은표범나비가 자주 보인다.
무궁화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아 나비를 구경했다.
그때 머리 위로 무언가
내려앉았다.
나는 혹시 나비인가 했는데 만져보니까 낙엽이었다
.
무궁화나무의 낙엽
.
고개를 들어 나무를 쳐다보니까 낙엽이 많이 떨어져서 거의 빈 가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봄을 몰랐다면
나무가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또 죽어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
머리 위에 낙엽이 떨어지니까 어릴 때 생각이 났다.
봄에 집 뒤 들판에 쪼그리고 앉아 쑥을 캐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 무언가 내려앉았다
.
"으아아
뭐야!" 하며 손을 휘저었다.
뭔가
푸드덕하며 날아갔다.
미동도 안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 머리 위에
새가 앉았던 것이다!
어떤 새인지는 모르겠다
.
언니가 내 머리가 새집 같아서 그렇다고 한 기억이 난다
.
새도 나를 무시하나, 왜 남의 머리에 앉나..
.
내 머리가 그렇게 지푸라기 같나 싶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새가 머리 위에 앉으면 신기하고
좋을 텐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싶다.
그 뒤로는 새가 머리에 앉는 일은 없었다
.
뭔가 그만큼 내가 자연과 멀어진 것 같기도 하다
.
아 잠자리는 한번 팔에 앉았었다
.
keyword
일상
가을
그림에세이
5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새 댓글을 쓸 수 없는 글입니다.
돌강아지
'노지월동' 매해 겨울을 나고 봄이면 다시 꽃이 피는 다년생의 그림일기
팔로워
17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멍군이네 돼지감자꽃
무언가를 오래 생각하다 보면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