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궁금한 민지 Dec 03. 2019

사랑은 선연한 빨강 대신 묽은 분홍색

책 ‘우린 이토록 다르지만 사랑을 해’를 읽고

사랑을 완성형으로 말할  있을까. 사랑만큼 ‘이루었다라는 동사가 어울리지 않는 단어도 없다.  <우린 이토록 다르지만 사랑을 > 의하면 사랑은 사랑의 대상을 향한 주체의 상태이자 의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랑하는 인간은 연인을 ‘ 사랑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사랑을 위해 ‘노력한다 개념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랑 상대에게 빠져드는 찰나뿐 아니라 그보다   고난과 모험의 서사를 포함한다는 것을 안다. 더불어  서사는 목표지향적인 히어로물의 쾌청한 모험보다는, 지난하면서도 가슴 저린 일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낭만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내게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영화 <스타 이즈 > 리뷰인 ‘너의 어둠으로 내가 물들  나온다. ‘함께 있으면 나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 근사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가 빛을 잃고, 내가 지닌 빛까지 앗아갈 지라도 사랑하고 싶다. 다시 빛날 때까지 어두운 곳에서도 함께 기다릴  있는 인내력과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p72).

사랑을 닮은 색을 말하라면 ‘빨강 떠오른다. 심장을 본뜬 하트 기호에 사용되는 새빨간 . 하지만 실제 사랑은 표지에 쓰인 분홍색에 가깝지 않을까.  세상이 짙푸른 남색으로 저물어갈 , 혹은 서로 충돌할 때조차 상대를 향한 애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연인들의 주위에 감도는 . 빨강처럼 뜨겁진 않지만, 상대가 데이지 않게 품어주는 온화한 분홍색.

 전체에 뭉근하게 퍼지는 분홍색의 온도에,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했다. 장미 같은 화려함보다는 안개꽃 같은 은은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과거의 연인이 떠오른다.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에야   같다. 분홍색처럼, 안개꽃처럼, 지속하는 사랑을 해야겠다. , 드디어 낭만주의에서 조금 벗어난 기분이다.






다음 사랑을 보다 성실히 해낼  있다면,  할은  책에 빚진  아닐까. 채찍질하지 않으면서도 지켜보고 인내하는 힘으로 상대를 성장시키는 , 사랑이 분홍색인 이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