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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Dec 01. 2021

가을의 자격을 얻어

9월부터 11월까지의 일기

2021 절반 지나다 _1월부터 5월까지의 일기 https://brunch.co.kr/@chocowasun/97
여름 생각 _6월부터 8월까지의 일기 https://brunch.co.kr/@chocowasun/100



가을의 자격을 얻어
이혜미 시집 <빛의 자격을 얻어>에서 제목을 따왔습니다.




2021.9.14. 화 /52


콧물과 함께 찾아온 가을! 마음의 여유가 생겨하려 했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주변 사람들을 챙긴다. 운동, 건강한 식사, 차, 오늘은 향긋한 커피까지 나에게 제공! 스스로를 챙겨야 next 레뷀이 가능하다.


새로 사온 책, 추가해두고 듣지 않았던 플레이리스트의 음악들, 흐릿한 햇살 아래 일주일의 문을 연다. 이번 주만 지나면 또 추석! 하나씩 하나씩 하자.





2021.9.16. 목 /53


추석을 앞둔 일주일. 이틀 후면 가을방학의 시작이다. 오늘도 운동 다녀와서, 밥 먹고, 커피 챙겨서 일한 하루. 얘기도 많이 하고 많이 웃어서 즐겁다. 새로 산 원두 덕에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행복이 두 배!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의 기분을 기억하기. 호흡의 소리만 들려도 요가원의 매트 위에서 느낀 편안함이 찾아온다. 신기하고 귀하다. 마음속 안정의 용량이 커져서 너른 바다와 같아지길. 시냇물 졸졸, 접시 물 꼴딱 탈출 기원!





2021.9.27. 월 /54


10일. 열흘간의 휴가를 마치며.


1. 너무 좋음. 노는 게 체질(은 모두가!)

2. 마음에 깊은 평화와 여유가 찾아듦.

3. 그래도 일은 있어야 한다. (자아를 위해. 금전적 여부와 상관없음.)


노는 것도 일 만큼 연습의 영역이라 부지런히 시도해야 한다.





2021.10.7. 목 /55

정신 차리니 시월이 되어버린 일기. 비염과, 서늘한 기운과, 마음의 평안이 묶음으로 온 가을이다.


여전히 규칙적이고,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 바라는 것은 좀 더 기록하길. 그리고 조금 더 먼 시간들도 계획해보길!


무사히 겨울로 가자.




2021.10.12. 화 /56


하루아침에 추워진 날씨.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어제오늘 등산을 다녀왔다. 이 날씨를 놓칠 수 없어! 물까치의 하늘색 꼬리, 푹신한 진흙을 보며 떠올리는 책의 구절. 천천히 가을을 만끽한다.


백신을 맞은 데가 좀 괜찮아져서 내일부터는 다시 운동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차분하게 일상을 굴리고, 또 가끔씩 오는 이벤트들을 즐기고. 자연스럽게 깃든 평화와 함께하는 이 계절이 소중하다.


잘 해왔듯, 해야 할 것들을 잘 해내는 일주일이 되길! 그리고 틈틈이 행복하기. 그거면 됐다.





2021.10.28. 목 /59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가습기도 틀고, 달력을 한 장 뜯고 화분 물도 갈아주고, 문을 앞 뒤로 열어놓고 쓰는 일기. 어제는 일찍 잤더니 좀 낫다. 감국이 흐드러진 마당도 한 바퀴 돌아보고. 이럴 때 등산을 다녀와야 하는데! 추워지니 체하는 것과의 전쟁이다.





2021.11.2. 화 /60


60번째 일기라니! 지금 60개를 쓰라면 힘들겠지만, 매일 조금씩 써온 것이 쌓여 뿌듯하다.

지난주, 딱 지난 화요일이다. 늦은 퇴근에 늦은 저녁으로 제대로 체한 후 일주일 만에 회복했다. 등이 쭉 뻐근한데, 요가 때문인지, 체한 여파인지 모르겠다. 따뜻한 차에게 의지하는 계절이다.


점심 후, 한 잔 씩 내려먹는 커피가 일상의 큰 기쁨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무려 일주일째, 노 커피 라이드, 언 해피 데이즈...


완전히 괜찮아지고 나면 꼭! 아아 숨도 안 쉬고 들이키는 것과 샴페인 한잔을 할 테다. 일상의 요소들이 주는 소중함을 느끼며! 오가는 길에 아름답게 든 단풍이 예쁘고 또 슬프다. 아침에 점점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 힘들어지겠지. 추운 날의 기쁨을 되새겨보려 하여도 없네.. 강경 겨울파, 여름파로 돌아서다.





2021.11.9. 화 /62


서있기 힘든 날에도 일을 한 번도 취소하지 않은 나에게 치얼스! 믓찌다 믓쪄





2021.11.12. 금 /63


호다닥 흘러 어느새 금요일. 선물을 주는 기쁨을 느낀 한 주였다. 아침엔 얼음이 얼고, 낮에는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모든 걸 가볍게! 얼기설기 받아들일 것.


요즘 날 웃음 짓게 하는 것

-아이들의 편지

-요가 옷

-다가올 겨울 제철 해산물들

-듄 책과 해리 포터 일러스트 책

-얇은 옷으로 두꺼운 이불 덮고 자기

-가습기와 작두콩차

-버터의 냄새

-나미의 슬픈 인연




2021.11.16. 화 /64


보름달 직전의 달이 문 앞을 밝혀주는 가을밤이다. 자연을 사랑한 고흐의 글들을 읽고 나니, 느리게 떨어지는 수양 자작나무의 노란 잎들도 그림 같아 보인다. 잘 쉬고 많이 먹은 주말을 돌아보며, 편안해진 스스로를 체감한다. 한 해가 가는 것도 느껴진다. 겨울 풍경이 잔뜩 나오는 영화들을 틀어두었다. 땀 뻘뻘 흘린 하타요가와 함께 남은 화요일로!




2021.11.19. 금 /65


고단한 일주일이 지났고, 마지막 요일이자 가장 바쁜 금요일이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중 시간을 내 일기를 쓴다. 어제는 오랜만에 낮에 등산을 다녀왔다. 낙엽의 무늬, 부서진 마른 잎 가루들... 마음이 복잡할 땐 걷고, 또 고흐의 편지 속에서처럼, 자연이다. 천천히 걷고 긴 호흡을 하며 내려왔더니 깊게 시원해졌다.


촌에서 자라고 산에서 놀던 나는, 또 여기서 평안을 찾는다.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실행하는 내가 문득 어른 같다. 이렇게 평생 성장하는구나!




2021.11.23. 화 /66


어젯밤엔 고양이 밥을 치우러 나갔다가 뜻밖의 첫눈을 만났다. 미루던 겨울이 문을 열고 들이닥치다니! 추위에 떨 고양이들을 걱정하며 잠들었다. 아침에 나갈 때 보니 조금 남은 눈들이 울타리 위, 주목나무 잎 위에 있었다. 운동하고 물까치 떼, 박새, 참새떼를 지나 집으로.


오랜만에 뜨거운 차를 탈출해서, 아이스로 커피를 가득 내려 꿀꺽꿀꺽 마시며 출근했다. 이게 행복이지 흑흑. 갑자기 힘이 나고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슈퍼 파워가!!!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하고 읽던 책을 마저 봐야지. 푹 빠져있는 것이 있어 마음의 구석이 든든한 요즘이다.  





2021.11.24. 수 /67


쟁기자세에서 가부좌를 틀고 버티기 성공하다... 다 마치고 나오니 문득 성공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기뻐할 틈이 없이 다음 자세로 향했기 때문에 미뤘다 기쁘다. 다음 자세 또한 잘 되지 않아 도전해야 할 것 중의 하나다. 이렇게 하나씩 성공해나가는 성취감이 일상에 주어짐이 감사하다. 게다가 오늘은 할라아사나에서 깍지까지 껼 수 있었다. 여태껏 되지 않았었는데, 선생님이 툭 당겨주니 손끼리 만나 깍지가 잡혔다. 삼일 연속 요가의 힘인가...


아쉬탕가 피니쉬 시퀀스 중. 어깨서기-할라 아사나-핀다 아사나-파드마 사르 방가(성공!)-우르드바 파드마 사나(도전)-미츠야 아사나


오늘 명상 중 선생님이 해 주신 말. 생각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봅시다. 연습, 또 연습. 어디까지나, 닦아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2021.11.25. 목 /68


이어폰을 끼지 않고 등산을 다녀온 날. 명상에서 배운 우짜이 호흡을 연습하며 다녀왔다.


요가 중 쉴 때는 모든 자세를 풀고 널브러지는 것이 아니라, 다운 독 자세에서 숨을 고른다. 모든 과정을 마친 후에서야 사바 아사나로 고요히 쉰다. 다운 독 자세에서 바닥을 밀어내고 무릎 뒤를 쭉 펴내듯, 일상에서도 바쁠 때일수록 몸을 정렬하고, 정신을 가다듬은 상태에서 쉬어야 한다. 하루의 마지막에 혹은 하려고 했던 일들이 다 끝난 후에야, 자체 사바아사나. 눈꺼풀의 힘, 미간의 근육, 손발의 긴장을 다 푼 상태에서 깊게 휴식할 것.


가을이 되니 산 길에 낙엽이 잔뜩이다. 활엽수가 많은 곳의 바닥은 걸음 소리가 바스락거리고, 침엽수 구간은 부드러운 카펫 위를 걷는 푹신함이 느껴진다. 낙엽이 길을 가려 돌부리에 넘어지기 쉽고 또 젖은 것들 때문에 미끄러워도, 가을 등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 이제는 눈이 오는 걸 걱정하며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물론 시릴 귀와 손도 고려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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