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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Mar 06. 2023

오늘도 평안하고, 다정하게

겨울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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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안하고, 다정하게

12월부터 비로소 마당을 산책할 날씨가 다가온 오늘까지, 겨울 동안 있었던 일들이다. 역병 후유증, 갈비뼈 골절, 소화불량, 후두염 등등으로 자주 아팠다. 그 와중에도 결심한 새해 다짐들을 차근차근 이뤄나간 한 해의 시작이었다. 직업에 더불어 그림, 수영, 요가, 영어책 읽기, 영어회화, 아이패드 그림, 브랜딩 등등... 모든 게 습관이 되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바퀴를 빚는 중이다. 적어둔 일기 중에 부분만 골라 남겨둔다. 바람만 불어도 설레버리곤 하는 공기 속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할 봄을 바라본다.







 2022.12.16.금 / 61


오전에는 빙판길을 뚫고 백 년 만에 목욕탕에 다녀왔다. 다녀오겠다고 결심했는데 어젯밤 내린 눈과 밤새 빙판이 된 길의 콜라보로 망설여졌다. 심지어 아침에 차 문도 열리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운전으로 목욕탕 근처의 가게들을 들렀다. 아빠가 운전해서만 왔는데 혼자 오다니, 나 어른인가 봐!


익숙한 풍경에 녹아드는 기분. 각자 진지하게 자신의 몸을 돌보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 사이에 껴서 부지런히 때도 밀고 씻고! 미에로 화이바 쭉 들이키고 나오니 나는 미리 새해를 맞았다. 이런 상쾌함!






2022.12.20.화 /63


부러진 갈비의 근황을 들으러 병원에 다녀온 날. 그저 1초 헛디뎠을 뿐인데 그 대가가 크다. 인생이란! 3주가 지나 잘 붙고 있나 들으러 간 거였는데, 1개는 확실히 부러졌고, 두 개도 실금이 예상 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어이 무. 뭐라 굽쇼. 1개 건 3개 건 갈비뼈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같은 이야기를 듣고, 진통제를 처방받아 왔다.


수난시대. 좀 속상했지만 커피우유로 금방 털어냈다. 삼각형 커피우유에 빠져 하루에 하나씩 마시고 있다. 약 챙겨 먹고 살살 돌봐 써야지. 새해의 목표는 건강이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오전 시간을 누워서 보내게 된다. 정말 찌뿌둥하고 답답하다. 요가하고 수영하는 날이 돌아온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즐겨야지. 일단은 좀 조심하자... 1월 복귀 목표가 2월로 희미해진다...






2022.12.21.수 /64


어제는 내 인생 두 번째로 응급실을 다녀온 날이다. 일을 마치고 집 들어가기 직전 갑자기 잔기침이 나서 콜록 한 번 했는데 갈비 쪽에서 툭 부러지는 느낌이 났다. 애써 무시했지만 점차 고통스러워지고 누워서 숨을 쉬는 것도 힘이 들어 응급실로 갔다. 그 와중에 수납도 하고, 증상 설명도 하고. 사진 찍고 진통제를 맞았다. 가서 할 수 있는 게 주사뿐인 걸 알았지만, 직접 확인하니 속이 좀 나았다. 약효가 돌아서 한결 괜찮아진 상태로 돌아와 서서 밥을 먹고 잤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선 수업 어쩌지... 여행 어쩌지... 혼미했다. 아픈 와중에도 온갖 걱정이 둥둥. 지금도 정말 괜찮은 건 아니라서 살살 일을 할 예정이다. 무사히! 남은 올 한 해의 액땜 제대로 한다 생각해야지. 버텨벼텨! 이겨이겨! 갈비 붙어붙어!






2022.12.30.금 /65


한 해의 마지막 수업 중. 이렇게 또 서른이 간다. 결산 서른, 가계부, 바뀌는 시스템 정산에 더불어 내일은 가족끼리 마무리 파티도 하기로 했다. 새해에는 건강하고 또 발전하길. bye bye 2022, 나의 서른! 어서 와 2023, 나의 삼십 대!






2023.1.4.수 /2


어제는 오랜만에 수영을 다녀왔다. 다른 수영장으로 가봤는데 낮에도 사람이 많아 놀랐다. 다들 열심히, 또 부지런히 산다. 갈비가 아직은 살짝 아프지만! 게으른 아침을 바꿀 겸, 내일부터는 다시 새벽 출발, 아침 수영을 간다. 청산! 이제 부지런한 아침 시작이다. 새해라고 세웠던 다짐들 수영, 요가, 영어공부, 일기, 브랜딩 등등 끝까지 잘 헤쳐나가는 한 해가 되길! 그리고 그 무엇보다, 건강하자!






2023.1.5.목 /3


오랜만에 오전 수영을 다녀온 날. 한 달의 휴식기 뒤에 다녀오니 개운하다. 살살해봐야지. 기뻤던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같이 수업을 듣던 분들을 만났다는 것! 오랜만이라고 왜 안 왔냐며 살갑게 인사해 주셔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또 하나는 오는 길, 사이드 미러에 해가 빼꼼 보이더니 집에 다 와갈 쯤에 정면으로 아침 태양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에너지를 기운 삼아, 커피의 힘도 보태! 오늘도 평안하고, 다정하게.






2023.1.9.월 /4


자유 수영을 다녀온 오후. 한낮에도 여전히 사람이 바글거린다. 젊은이가 허우적거리는 게 신경 쓰이는지 꼭 아주머니들의 스몰톡에 간택당한다. 수영복 대신 올려주기, 영법 코치, 자식 근황 등등 다채로운 접근. 오늘은 한 분에게 자유형 코치를 받았다. 속으로 관세음보살 외우며 호흡을 천천히 하면 더 잘된다며 가보라 하셨다. 웬걸. 숨이 덜 찬 채로 레인 끝까지 도착했다. 부처파워...? 돌아와서는 할 일들을 쭉 처리하고 있다. 알찬 올해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 온다. 지금의 내가 그렇게 되도록 하는 중!






2023.1.11.수 /5


이르게 출근을 한 수요일. 어제는 오전에 수영을 다녀왔다. 아직도 잘 모르겠는 평영을 허우적거리고 돌아오는 길. 그제야 해가 뜨기 시작하는데, 사이드 미러 양쪽으로 이리 떴다 저리 떴다, 마음이 벅찰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어느 하늘에서는 달이 떠있고, 해가 지는지 뜨는지 모르겠는 주황빛 도로 위에는 차들의 실루엣만 듬성듬성. 기억하고 싶은 풍경이라 오래 곱씹었다. 그리고 차곡차곡 기다리는 할 일들까지. 딱 좋았던 하루.






2023.1.17.화 /7


처음으로 평영 손 가르기를 배운 날. 뚝딱거리며 시도했는데 아바타의 키리가 된 기분이라 신이 났다. 수많은 물장구 경력이 있지만 그런 식으로 물을 만져본 건 처음이었다. 이래서 배워야 하나 봐!






2023.2.2.목 /9


어제로서 올해 2권의 영어 원서를 끝냈다. 매우 뿌듯한 마음. 수영도, 영어도, 요가도 목표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나가고 있다. 제법 어른...? 한편으로는 새로 시작하는 일 때문에 자극이 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이 하면 쉬워 보여도 쉬운 게 없다.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건 무려 좋아하는 것이니 기쁘고 감사하게 여겨야지. 아 근데 어렵다고요, 쾅쾅. 누가 완성까지 딱 데려다주었으면 좋겠다.






2023.2.9.목 /10


다섯 시간 내리 그림을 그리고 이제 일해야 하는 시간. 새로운 재료, 시도 앞에서 즐거움과 스트레스가 공존한다. 좋은 나아감이라 여기기. 또 다른 배움으로는 접영 웨이브가 있겠다. 물을 곡선으로 가르는 기분은 정말 신기하다. 나도 물이 되어 같이 흐르는 느낌이 든다. 휴식 후 다시 시작한 요가 또한 잘 다니고 있다. 느슨했던 작년에 비해 좀 당겨보려 한다. 계단식의 상승 부분이 온 타이밍이다. 기운을 내어 올라가 보도록 하겠다. 꺾어진 곳에서 내려다본 지난날들이 의미롭길!






2023.2.15.수 /13


한가로울 수 있도록 비워둔 오전과 오후 사이의 시간. 해야 할 일들을 하러 나왔다. 하루에 하는 일들이 내가 된다고 믿으며 좀 더 재미있는 것을, 의미 있는 것을 찾아서 해내야겠다. 곧 원서로 된 비밀의 방이 끝나가는데, 올해 생긴 습관이라 감회가 새롭다. 완독 하는 날엔 다른 책도 찾아봐야지.





2023.2.23.목 /15


어제보다는 좀 기운이 나는 오늘. 좀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몸이 축... 봄냄새가 나는 공기의 기운을 빌어 내일이면 훌훌 털었으면 좋겠다. 모든 건 극복의 과정!






2023.2.28.화 /16


죽었다 살아난 화요일. 새로 간 병원에서 받아온 한 움큼의 약이 잘 받는 건지, 나을 때가 되어 좀 괜찮은 건지. 후두염이라는데 이렇게 고통스럽나요... 체를 해도 꼬박 일주일씩 아픈 거에 넌덜 머리가 난다. 해야 할 일들을 꾸물꾸물하기도, 다 놓고 잠 속으로 녹아들기도 했다. 다행히 정신이 좀 들어 하나씩 체크해 볼 기운이 난다. 겨울의 끝에 혹독한 액땜을 마주했다 여겨야지. 액땜 이제 그만그만! 그래도 번번이 이겨내죠? 강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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