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뜨겁게 그렇지만 좀처럼 들뜨지 않고

by 초들

강렬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50분 전에는 전화로, 지금은 편지로 J 씨와 만났군요. 고마워요. 흔히 만나려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 틈바구니에서 적어도 나 자신은 이렇게 아름다운 만남을 가졌으니 커다란 행운아가 된 셈이에요.

보내주신 글, 아주 재미있게,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글 속에는 J 씨의 생명이 꿈틀거리며 생동감을 가져다주어 저로서는 매우 만족스럽군요.


먼저 용서를 빌게요. 그동안 이상스럽게 혼미해진 제 자신 때문에 은연중 J 씨에게 심적 부담감을 안겨드렸던 것 같아요. 이 점 정중하게,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편지를 읽고 많은 걸 인식하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자. 그 누가 대신해주지 않을 내 인생, 풍성하게 가꾸자’라는 다짐을 하면서 다소곳이 차분해져 버린 나를 쳐다보며 내내 안타까워하고 있어요. ‘나를 희생해서 타인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자. 그냥 열심히 사는 거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결코 후회할 인생은 살지 말자. 믿으려면 철두철미하게 믿자. 주님 앞에 서면 보잘것없는 내가 감히 뭐라고 운운할 수 있을까?’


J 씨!

나는 매사에 엄격해지려고 애쓰며 과감하게 임하는 편입니다. 시시껄렁한, 흐지부지한 삶은 싫어요. 차디찬 암혈(巖穴), 균열(龜裂), 파손(破損)을 좋아하는 건 아니죠. 치밀하게 희생하는, 아니 헌신하는 두 가지를 겸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 적게나마 나는 내가 못 이루었던 소망을 J 씨를 통해 이뤄보려고 했는데, 조금 빗나가고 만 것 같아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처지에 무리한 요구(?)로 부담감을 안기고만 나 자신을 할퀴어봅니다. ‘조금 경솔했구나. 실례를 범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주 미안할 따름입니다. 죄송해요.


J 씨!

그냥 살고 싶지 않아요. 뜨겁게 그렇지만 좀처럼 들뜨지 않고 차분히 살아가렵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하나님을 믿으면서. 사랑이라는 감정도 내게 그렇게 어른스러운 무거운 단어는 아닙니다. J 씨가 허락한다면 강렬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J 씨의 건강과 행운을 주님께 기원하면서.

1978.12.12.(화) 오후 2:30 浩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