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by 초들

그냥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어요

비 오는 밤이군요.

몇 시간 전에 편지를 썼는데, 숨 막힐듯한 그리움이 막 피어오르기에 나는 참지 못하고 또 이 글을 씁니다.


그리운 J 씨!

밤의 포로 되어버린 제가 우습진 않으세요?

막연히 생각했던 감정들이 모여 그리움으로, 연모(戀慕)의 정으로 변해 이렇게 강렬함 내뿜을지 미처 몰랐어요. 방금 전, ‘사랑도 미움도 세월이 가면’이라는 청춘들의 서글픈 사랑 이야기를 읽고, 하염없이 비 오는 바깥 풍경 쳐다보노라니 왈칵 밀려드는 그리움을 뿌리칠 수 없습니다. 주님을 애타게 부르며 기도했던 내 모습과 어느 사이 이제는 J 씨를 연모하는 마음이 앞서는 이중성으로 갈등을 겪고 있어요.


J 씨!

긴 얘기는 싫어요. 그냥 한시라도 빨리 J 씨를 만나고 싶어요. 오는 12일(화) 투표하는 날인데, 광주(光州)에 오지 않으실래요? 간절한 나의 마음을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고, 이 절박한 안타까움을 감당하기 힘들어 J 씨의 왕림을 부탁해 봅니다. J 씨가 교회에 다니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감사해요. 그토록 바랐던 조그만 소망이 쉽게 이루어지다니... 주님의 은혜는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주(主)여! 감사합니다. 연약한 딸을 세상 중에 버려두지 아니하고 주님 전으로 다시 불러 주신 것.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주님, 이제 다시는 주님을 버리지 않고 주 안에서 열심히 충성하고 섬기며 성령 충만한, 강건하고 담대한 믿음을 허락해 주소서. 결코 세상에 물들지 않게 단단히 붙들어 주소서. 쓸데없이 감정의 포로가 된 이 죄인을 일깨워 주시고 참신한 사랑으로 채워 주소서. 이 지구가 온통 주님의 천국이 되게 하소서. 부족한 죄인, 예수님의 이름으로 감사하옵고 기도드립니다. 아멘.


J 씨!

저의 깊은 가슴속에서 샘솟듯 솟아나는 기도를 들으셨죠? 열심히 주님을 섬기세요. 당신의 온통 행복은 주님에게만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부지런히 주님을 믿으소서. 주님을 진실로 열심히 믿을 것 같아서 저는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겁니다.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우리 사이라면 나는 보통 사람일 텐데, 주님의 세계 안에서 만나기에 놀랍도록 J 씨를 사랑하고 싶어요. 만나서 서로의 마음과 뜻을 알게 되면 어쩌면 J 씨의 영혼(靈魂)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도로서의 훈훈한 사랑을 더하면, 용광로 안에서 쇳물이 끓듯이 절실한 거라는 걸 알기 바랍니다.


J 씨!

당신이 참다운 크리스천(christian)이 되면 당신과 나 사이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을 거예요. 비록 편지로 J 씨와 얘길 나누지만 무언가 화끈한 게 있어요. 쉽게 단정하지 않은 게 제 성격의 일부분인데, J 씨에게는 나의 모든 것을 너무 쉽게 단정 지으려고 합니다. 어쩜 편지 몇 번 교환한 J 씨인데 말이죠.


J 씨!

어서 빨리 우리 만나서 예쁜 두 손을 뜨겁게 꼭 잡아보고 싶어요. 내 마음 움찔거리며 한없는 그리움의 파편을 J 씨에게 날리다 보니 벌써 새벽 1시 10분, 잠자야겠어요. 12월 9일이 되었거든요. J 씨도 아직 잠들지 않았다면 어서 빨리 편히 주무세요.

1978.12.9.(토) 01:12 浩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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