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까워진 너와 나

오직 너만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by 초들

아주 가까워진 너와 나

보고 싶은 내 연인(戀人)아!

덜덜 덜덜 버스에 몸을 싣고 2시간가량 빈재를 넘어 달려 유치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갈아타고 또 근무지 학교가 있는 암천리까지 가야 한다. 보통 2시간 20분 정도 땀 뻘뻘 흘리며 날카로운, 크고 작은 돌멩이를 피해 곡예 운전을 하다 보면, 어느덧 학교에 도착한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매 주말이면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오늘은 7시 10분에 도착, 선생님들과 어울려 Boxing 경기를 보고 10시 12분에 이 글을 쓴다.

지금은 사방으로 온통 짙은 어두움이 드리워져 있는 아주 적막한 시간이다. 산골이라서 그런가? 더욱 그렇다. 방안의 탁상시계 소리가 귀에 확 꽂힌단다.


SJ야! 왠지 모르게 어린이가 되고 싶구나. 아주 가까워진 너와 나, 우리 사이라서 그러는 거다. 정말이지, 오직 너만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버스에 몸을 싣고 광주를 떠날 때는 저주스러운 게 많았단다. 흐르는 시간, 그리고 틀에 박힌 환경, 꾸며진 공간이 싫었어.

하지만 SJ야! 할 일은 성실하게 하는 거다. 현재 공부(工夫)하고 있으니, 부단(不斷)히 노력하여 기필코 소망을 이루길 바란다. 네 인생에 있어 중대한 일이 될 거야. 기왕지사(旣往之事) 공부하려고 맘먹었으니 끈기와 노력으로 큰 보람 찾기 바랄게. 우리를 위해서 하는 거야. 그렇지만 무리는 금물(禁物이야. 공부를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오히려 가치 없는 일이 되고 말 거야. 정도(定道)도 없지만, 항상 자신을 돌보는 행위로 공부해야지, 자신은 저만큼 내팽개쳐두고 공부만 하는 것은 무의미할 거야. 너는 잘해 낼 거야. 굳게 믿어. 아무쪼록 끊임없는 정진(精進) 속에서 네 인생을 끈적끈적하게, 후하게, 보람 있게 가꾸어 가렴.


또 이사 때문에 26일 광주에 갈지도 몰라.


오늘은 피곤해서 이만 그치고 틈틈이 글 써 보낼게. 행운과 건강이, 너의 범사(凡事)가 주 안에서 함께 하길.

1979.05.20. (일) 밤 10:40 浩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