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egoism에 빠진 것 같아

너는 나에게 횃불이야

by 초들

심한 egoism에 빠진 것 같아




잿빛 구름이 가득 차 있는 오후, 유치행 버스에 오르는 내 마음은 서운함으로 꽉 차고 만다. 또 헤어져야 하니 그렇다. 너도 그렇지? 헤어짐 없이 지내면 좋으련만, 우리의 시간은 아직은 헤어져야 하나봐.



承弟야!

문득문득 찾아오는 우울과 권태는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암천리로 가노라면, 급 우울감이, 권태로움이 스멀스멀 찾아오거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게 문제가 많아. 헤어짐을, 우리에게 처해 있는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될 텐데. 더군다나 나는 늘 네게 의지하려 하고, 불편한 내 감정을 네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잖아. 또, 1주일간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너에게 풀려고 하는 건 아닐까? 실은 너도 학교 생활하느라 힘들 텐데. 아마 내가 심한 egoism에 빠진 것 같아. 미안해.


너의 주변에는 뭐가 많아. 복잡하기도 하고. 그만큼 구속당한다는 증거일 것 같네. 네 육신은 하나인데, 집일, 교회 봉사, CCC 및 MRA 활동, 학급 대의원 등 소속된 곳이나 하는 일이 너무 많잖아. 모름지기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우선인데. 짧은 대학 생활이기에 너무 복잡다단한 생활 속에 파묻히면 진정한 보람과 배움의 의미가 있을 찾기 힘들지 않을까?



承弟야!

나는 너에게서 소박한 삶의 향기가 물씬 품어 나길 바랄게. 내 동생들이 너의 자상한 보살핌과 배려, 영향력으로 훌륭한 사회인이 되길 바란다. 또 너와 함께 신앙적으로, 인격적으로, 지성적으로, 모든 면에서 환희를 느끼고 싶어. 너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거든. 우리 좀 더 겸손해지고, 끊임없이 노력하자. 조만간 너에게, 나에게 우리 서로는 소중함으로 다가설 수 있을 거야.


너는 나에게 횃불이야. 아니야,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이야. 너를 생각하면 내 마음 따뜻해지고, 내 인생의 방향이 분명해진다. 항상 고마워.



承弟야!

우리 하나씩 버리고 살자. 많은 구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탈출하자. 무소유(無所有)의 기쁨을 얻어보자. 사랑하는 주님 품 안에서 젊음의 생동감 듬뿍 가질 수 있도록 하나씩 버리고 양보하고 겸손해지자. 참 신앙인이 되어 건실한 생활을 가꾸어가자. 너의 현재 모든 모습을 사랑하련다. 언제까지나 이 고백이 이어지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너의 건강을 기원하며.



1981.03.08.(일) 浩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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