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당하지 않는다면 사랑받는 것이 아니어요
뜨겁게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구속당하지 않는다면 사랑받는 것이 아니어요
생각지도 않았던 편지가 왔군요. ‘내가 보낸 편지는 아직 오늘쯤 받겠구나’ 했는데, 답장이군요. 어제 전화할 때 물어본 편지가 이거로군요.
浩兄 씨!
숟가락으로 세 번 밥을 뜨면 한 끼니를 치우는 사람이에요. 옆에는 상이 준비되었지만, 양면지(兩面紙)를 가방 속에 두어서 지금은 없어요. 동생 노트 한 장을 여지없이 찢어버렸어요. 어제 보내려 했던 편지와 함께 보내겠어요.
늘 변화무쌍한 나 자신을 모르겠지요?
실은 저 스스로 자문해 보지만, 나의 주체를 가누지 못하고 마는군요.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반문은 당연하답니다. 편지 자체로 저의 심리나 현상을 판단하지 마세요. 이중성은 항상 ‘나’라는 것을 알아요. 즉 가식과 허식이 없는 순수한 이중성이지, 결코 그 편지가 나 자신과는 무관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숨은 깊은 마음을 솔직하게 쓴다는 것은 나 자신 너무 미성숙하고 말아요. 하나도 숨김없이 가슴속에 숨은 얘기나 사랑을 다 쓰는 사람이에요. 단지 이 세상에 혼자한테만 즉 이는 번복되는 마음이 못 되는 것이에요. 어떤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한 번이라는 얘기예요. 듣기에 좋든 나쁘든 당신은 사랑스럽게 받아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참된 둘의 사랑이 되는 것이랍니다. 아무리 해도 실제 본심을 보일 수는 없어요. 나 자신으로 완전히 화(化) 하기 전까지는 ….
나는 당신에게 절대 자유를 주지 않아요. 한 편으로는 많은 구속을 주고 당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내가 구속당하지 않는다면 사랑받는 것이 아니어요. 지독스러운 욕심쟁이예요. 쉽게 말해서 ….
내 동생은 언니를 미워한다나요. 순전히 편지밖에 모른다고. 그래서 지금 몰래 쓰는 거예요.
주 안에서 생활하기를 진실로 바라고 계실 浩兄 씨의 속마음을 너무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반발 의식으로 난 현실적인 편지를 원하는 것이랍니다. 또 현실적인 편지를 읽게 되면 신경질 나고 짜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늘 이렇게 새롭게 느낌을 받는 것이 좋거든요. 당신에게서 받는 편지 내용, 뉘앙스(nuance), …. 모든 것은 하나도 싫거나, 위안이 없거나 그래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기 전 뜨겁게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나 자신을 너무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언급하지 말라 한 거예요. 당신은 거기에 나를 가엾게 여길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전화 통화에서처럼 편지 하나하나에 크게 문제 되지 않아요. 그리고 여자는 어떻게 살기를 바란다는 사실도 구태여 알리지 않아도 잘 아는 사실. 귀찮아하거나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껴버린다면, 나 자신이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거라는 것을 모르세요. 변화무쌍한 내 마음대로 뜯어고치긴 하지만, 반면 많은 자유를 나 스스로 주고 있어요.
아주 즐겁기만 일주일을 맞이하고 있어요.
안 오시더라고 오겠다는 생각을 한 당신을 많이 기다리고 말 테니까요.
주님 뜻대로 주 안에서 참된 사랑을 위해 노력하려는 우리에게 주님은 함께하실 줄 믿고 항상 기도하겠어요. 그럼 건강하세요. 안녕.
1979.03.12.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