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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Nov 17. 2022

중도입국 자녀와 빼빼로 데이

한국어 교육 이야기

중도입국 자녀들과의 수업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칠판에 '11월 11일 (금)'을 쓰며, 무심코 "오늘은 빼빼로 데이란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B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어제 GS25 마트(mart)에서 엄마가 빼빼로 사주었어요. 근데 기분 나빴어요."

"왜 기분 나빴는데?"


언니인 A가 고자질했다.

"B가요. 빼빼로 한 개 먹다가 그만 바닥에 쏟았어요. 그래서 엄마가 다 버리랬어요."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A 학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선생님,  빼빼로 데이가 뭐예요?"

"음. 그러니까 빼빼로 데이는... 숫자 ‘1’이 4개 겹치는 날로 11월 11일인데, 청소년들이 날씬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빼빼로’ 과자를 선물로 주고받았어. 그런데 과자 만드는 어떤 회사에서 '빼빼로'를 홍보했는데, 이게 전국적으로 퍼졌단다. 한국에서는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야. 이 날은 가래떡을 만들어 '가래떡 데이' 행사를 했단다."

A는 아는지 모르는지 눈만 말똥거렸다.

갑자기 B 학생이,

"선생님, 오늘 급식 시간에 가래떡 꼬치 먹었어요. 맛있었어요."라고 말하며, 칠판에다 소스(sauce) 발린 가래떡 꼬치를 그렸다. '아니, 아이들이 가래떡도 아네.' 나는 아이들과 대화 나누며 함빡 미소 지었다.



'가만있자, '빼빼로 데이'에 대해 얘기했고, B는 어제 빼빼로를 하나밖에 못 먹어서 속상하다고 했으니까, 빼빼로를 사줄까?, 맞아 맞아. 그래야지. 사주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얘들아, 3교시에는 빼빼로 사 먹기 현장체험 활동할 거야."

"선생님, 진짜요. 빼빼로 사줄 거예요."

"그럼. 사줄 거야. 일단 2시간 열심히 공부하자." 


아이들은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다. 모처럼 학습태도도 아주 좋았다. 

빼빼로가 눈에 어른거릴 텐데 잘 참았다. ㅎㅎㅎ. 

고 녀석들 참 대견하기도 하다.


오늘은 빼빼로 데이! 

나는 오늘 중도입국 자녀들에게 빼빼로를 사주었다. 

일반 빼빼로, 초콜릿 빼빼로, 화이트쿠키 빼빼로.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연신 고마워했다. 

'하긴 지난번 아이스크림 사줄 때에도 좋아했었지' 

참 잘했다 싶었다.



이젠 무리 없이 한국말하는 중도입국 자녀들! 


어느덧 빼빼로, 가래떡을 구별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니 참 신기했다. 

그래서 나는 오랜만에 가르친 보람 가슴 한가득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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