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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Nov 20. 2024

시간을 마주하다

세월무상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게 시간은 날아가듯 흐르고, 계절은 손끝에 닿기도 전에 지나간다.


   젊은 날엔 시간이 무한한 줄 알았다. 내일도, 내년에도, 몇 십 년 뒤에도 나는 이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책장 한 구석에 꽂혀 있는 오래된 사진첩을 펼치며 깨닫는다. 사진 속의 나는 한참 젊었고, 웃음소리는 시원했다. 그 옆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 그 웃음들마저 시간이 데려가버렸다. 그때는 몰랐지만, 함께 웃던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요즘의 시간은 아침 이슬 같다. 해가 뜨면 금세 사라질 듯 아득하지만, 그 짧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늦은 밤, 홀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본다. 더 이상 무심히 흘려보낼 수 없다. 시간은 이제 나에게 부드럽지만 강렬하게 말을 건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니, 욕심도 사라졌다. 젊을 때는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순간이 귀하다. 아이들과 밥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 친구와의 짧은 전화 한 통, 길가에 핀 국화꽃 한 송이를 보고 웃는 일상이 더없이 값지다.


   이제는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내 삶의 빛과 그늘을 모두 껴안을 수 있는 시기다. 실패와 아픔도, 기쁨과 성공도 모두 합쳐 내가 되었다는 걸 안다. 시간이 아쉬운 이유는 그것이 남은 날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오늘도 조용히 다짐한다. 시간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대신, 더 깊이 느끼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자주 웃으리라. 시간은 내가 붙잡을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는 있다. 시간이 소중한 이유는, 그 안에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엔가 이 시간조차 그리운 날이 올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을 더 깊이, 온전히 살아가고자 한다.


https://youtu.be/lHs51RQFcN8?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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